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기업부채 최고 증가 폭…‘빚의 덫’ 탈출 못하면 미래 없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은 281.7%로 비교 가능한 26개국 가운데 2위였다. 특히 지난 5년간 민간 부채 비율 증가 폭은 42.8%포인트로 26개국 중 가장 높았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2017년 92.0%에서 지난해 108.1%로 증가 폭이 1위를 기록했다. GDP 대비 기업 부채도 2017년 147.0%에서 2022년 173.6%로 뛰었다. 기업 부채 증가 폭은 두 번째였다. 이런 가운데 올 5~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월평균 6조 원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2020년 1월~2021년 10월) 월평균 증가액(5조 5000억 원)을 웃돌고 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와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겹쳐 주담대가 급증하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거치며 민간 부문의 부채 축소에 성공했다. 반면 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건너뛴 우리는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민간 부문의 부채가 많으면 정부의 재정 상태라도 건전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국가 채무가 400조 원 넘게 폭증하는 바람에 한국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54.3%로 5년 전(40.1%)에 비해 14.2%포인트나 뛰어올랐다. 더욱이 비금융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 부문 부채(D3) 비율은 지난해 68.9%에 달하고 군인·공무원 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한 광의의 국가 부채(D4)는 100%를 넘어선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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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부채로 가계 및 기업의 소비·투자 여력이 소진된 가운데 정부마저 불황 대응 능력을 상실해버린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빚의 덫’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려면 가계 부채 증가를 막고 옥석 가리기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기업을 솎아내는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체질 개선을 더 늦춘다면 지난 30년간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던 일본과 최근 ‘부채의 늪’에 빠지고 있는 중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빚 폭탄으로 금융 리스크를 초래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촘촘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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