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우우우우우움(ZOOOOOOOOOOOOOOOOOOOOOOOOOM)’
3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 컨벤션홀에서 열린 줌 연례 컨퍼런스 ‘줌토피아 2023’. 에릭 위안 줌 창업자가 30초 가까이 끊김 없이 줌을 외치면서 무대 뒤편에서 나타났다. 줌(ZOOM)이 단순히 화상회의 툴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도구인 AI컴패니언을 비롯해 오프라인 워크스페이스 플랫폼까지 일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줌의 로고를 채우는 알파벳 O를 무한으로 늘리겠다는 의미에서다.
줌이 화상회의 협업툴을 넘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팬데믹을 틈타 반짝 성장한 기업에 그치지 않도록 생산성 도구는 물론 오프라인 일터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히 자체 문서 서비스인 줌 독스(ZOOM DOCS)를 내놔 이용자들이 줌 플랫폼을 빠져나갈 필요가 없도록 경험을 설계했다. 이는 내년 초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시연을 통해 줌이 선보인 AI 어시스턴트 서비스인 AI컴패니언 기능은 회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따라잡기(Catch me up)’ 버튼을 누르면 놓친 부분에 특정인이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요약해준다. 오프라인에서 여러 명이 대화하는 모습을 줌에 담을 때는 참가자별로 이름 명패를 별도로 띄워준다.
화룡점정은 줌 독스(ZOOM Docs)로, 구글 독스와 MS의 워드의 대항마로 이 같은 회의 과정에서 줌 플랫폼을 떠나거나 별도로 화면 공유를 할 필요 없이 줌 내에 머물면서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올 2월 줌이 영입한 스미타 하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줌 독스에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초안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줌을 떠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협업 문서를 만들 수 있다”며 “회의 당사자들은 화면 공유를 할 필요조차 없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하심 CPO는 구글과 MS에서 제품 부사장을 지낸 베테랑으로, 줌에서 이들 기업과 승부를 내기 위해 영입한 카드다.
여기에 승부수로 추가 과금 없는 AI기능을 내세웠다. 위안 줌 창업자는 “많은 기업들이 AI 기능을 덧붙이면서 이것을 이용하려면 30달러를 더 내라고 하는데 이는 맞지 않다고 본다”며 기존에 고객들이 내고 있던 요금 그대로 다양한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NO Hidden Fee’ 전략으로 생성형AI 기능의 문턱을 대폭 낮추고 이용자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오픈AI와 구글이 AI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30달러 가량의 추가 요금을 책정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3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환호했다. 고객사인 인튜이트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직 큰 차이를 실감하기도 전에 요금 과금을 하는 점이 부담스러운데 가려운 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며 “줌의 매력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3분기 줌은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 넘는 11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순이익은 4배 늘어난 1억8200만 달러로 집계돼 선방한 바 있다. 줌은 고객사가 21만8100곳으로 전 분기 대비 1% 늘어났다고 전했다. MS 팀즈 등 경쟁사를 상대로 고객사를 묶어두기 위해 추가 과금 없는 AI 기능 전략을 폈다는 설명이다. 이날 고객사로 발표를 진행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닐 볼드만 부사장은 “줌으로 프로야구 신인 선수 드래프트를 진행할 정도로 매끄러운 경험을 선보였다”며 “MLB 조직 전체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