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교부세법’을 위반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직권조사를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한다. 중앙정부가 걷어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세금이 보다 효율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취지다. 올해 60조 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교부세 관리 수위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교부세를 받은 지자체의 방만 재정에 대한 당국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행안부는 조만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개정안 관련 협의에 돌입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며 “(개정안은) 올 연말 국무회의 상정 후 내년 초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에는 행안부의 직권조사 권한이 명시됐다. 조사 대상은 과도한 경비 지출, 수입 확보 태만 등 교부세법을 위반한 지자체다. 통상 행안부는 교부세법을 위반한 지자체에 한해 교부세 감액·반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단 현행법상 행안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 지자체 소명 등 외부 기관 자료에만 의존해 부실 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행안부 측은 “(교부세) 감액 심의 대상을 추가적으로 확인·조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필요시 관계 기관과 합동 조사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 시행 기관의 감사 결과 제출도 의무화된다. 당초 행안부는 자료 협조 요청을 통해서만 감사원 등의 감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 시 감사 시행 기관은 별도 요청이 없어도 상·하반기 감사 결과를 각각 매년 12월 말, 6월 말까지 행안부에 제출해야 한다.
교부세 감액 대상도 추가됐다. 지자체가 지방의회 의결 없이 채무 부담 행위, 보증채무 부담 행위 등 부담 행위를 하는 경우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채무 등 부담 행위에 교부세 감액 등 견제 장치가 없을 경우 지방재정과 채권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강원특별자치도의 보증채무 미상환으로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가 이런 인식의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조치가 역대급 세수 펑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세수 재추계를 통해 올해 세금이 당초 예상(400조 5000억 원)보다 59조 1000억 원 적게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내국세의 약 20%로 편성되는 교부세도 기존 계획(75조 3000억 원) 대비 11조 6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세수 결손으로 교부세 감액이 불가피한 만큼 지자체 건전재정 기조에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편 올해 교부세 감액 재원은 149억 원으로 지난해(78억 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는 교부세 감액 재원을 일부 지자체의 재원 보전, 건전 재정 인센티브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