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의 핵심 기술인 양자점(퀀텀닷)을 발견하고 연구를 발전시킨 과학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나노 과학에서 가장 작은 요소인 양자점은 TV를 비롯한 각종 디스플레이와 LED 조명은 물론 의사가 몸의 종양 조직을 제거할 때도 사용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프랑스계 미국 과학자 문지 바웬디(6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80) 컬럼비아대 교수, 러시아 과학자 알렉세이 예키모프(78) 나노크리스탈스테크놀로지 박사를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수상자 발표는 당초 오전 11시 45분(현지 시각)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의 실수로 2시간 40분 전에 유출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노벨위 측은 “아직 선정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명단은 바뀌지 않았다. 123년 노벨상 역사상 수상자가 사전 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스웨덴 SVT 방송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가 3명의 수상자 명단이 담긴 보도자료 e메일을 실수로 보냈다고 전했다.
노벨 화학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양자 현상에 따라 특성이 결정될 만큼 작은 입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양자점이라고 불리는 이 입자는 나노 기술 분야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자점은 향후 휠 수 있는 전자기기, 초소형 센서, 초박형 태양전지, 양자 암호통신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게 학계의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점은 크기가 수~수십㎚(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아주 미세한 반도체 결정으로 다양한 양자역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물질이다. 재료 조성을 바꾸지 않고 결정 크기 변화만으로도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태양광발전·바이오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양자점의 크기를 나노 기술로 조절하면 가전자대와 전도대 사이의 밴드갭이 달라지고 이 사이를 오가는 전자의 움직임도 제어할 수 있다. 빛을 흡수해 들뜬 전자가 빛으로 방출하는 에너지 파장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양자점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전기·광학적 특성은 원색을 거의 그대로 구현하는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적용된다.
양자점은 1980년대 초 미국 벨연구소에 있던 브루스 교수와 예키모프 박사가 아주 작은 반도체 결정을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공개됐다. 당시 별도의 광원 없이 전압을 가하기만 하면 스스로 빛을 내 디스플레이 재료로 주목받았다. 재료 조성을 바꾸지 않고 결정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양자점의 지름이 작을수록 푸른빛이 나오고 커질수록 붉은빛이 나오는 식이다. 여기에 1993년 바웬디 교수가 효율적인 습식 합성법을 개발하면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양자점 연구가 본격화됐다. 그동안 카드뮴이나 셀레늄 등으로 양자점을 만들었지만 독성 때문에 최근에는 비독성 물질을 활용한 양자점 연구가 활발하다.
이번 화학상 수상자들은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13억 6477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 받게 된다.
한편 노벨 재단은 5일부터 매일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