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고 피해자가 소송 없이 은행의 자율 배상 절차를 통해 신속히 배상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은 비대면 금융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 분담 비율을 정하고 배상액을 결정해 지급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5일 19개 국내 은행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비대면 금융 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은행들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 가이드라인과 비대면 금융 사고 책임 분담 기준을 이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FDS 운영 가이드라인은 비대면 금융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과 금융보안원, 주요 7개 은행이 마련했으며 가이드라인에는 주요 피해 사례를 고려한 시나리오 기반의 이상거래 탐지 룰 51개를 비롯해 대응 절차 등이 담겼다. 금감원 측은 “은행권이 FDS를 자체 구축·운영해왔으나 금융거래에 대한 외부 위협이 확대·지능화하면서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가이드라인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자사의 거래 특징을 반영한 자체 탐지 룰에 더해 주요 피해 유형이 반영된 이상거래 탐지 룰을 공통 적용하게 됐다. 또 이상 금융거래로 판단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발생하면 은행은 즉각 해당 계좌의 거래를 정지할 수 있다. ‘대포폰’ 사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화상통화, 생체 인증 등 추가 인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금감원과 은행권이 합의한 ‘비대면 금융 사고 책임 분담 기준’에 따라 은행의 손해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 분담 비율, 배상액 등 배상 기준은 은행의 사고 예방 노력, 이용자의 과실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금감원 측은 “그간 신분증 노출, 악성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에 따른 금융 사고는 이용자의 중과실로 간주돼 피해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고객의 과실뿐 아니라 은행의 금융 사고 예방 노력 정도도 감안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책임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 범죄 기법이 갈수록 지능화·정교화하고 있어 일반 이용자들의 노력만으로는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오늘 은행권을 시작으로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다른 금융권에도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