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4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가 일본과의 ‘단두대 매치’에서 살아남으며 결승행 희망을 밝혔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의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벌어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첫 경기 한일전에서 2대0의 영봉승을 거뒀다.
조별 리그에서 1위 대만에 져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올라간 한국은 합산 성적 1승 1패가 됐다. 일본은 2패. 한국은 6일 오후 1시 중국전을 남기고 있다. 일본을 1대0으로 이긴 돌풍의 팀 중국을 반드시 잡아야 결승행을 바라볼 수 있다.
올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 리그에서 일본에 4대13으로 크게 졌던 한국은 당시 아픔을 이번 승리로 씻어냈다. 이번 대회 일본 대표팀은 전원 실업팀(사회인야구) 선수로 구성됐지만 세계적인 야구 저변을 생각하면 꽤 높은 수준의 팀이다.
선발진의 주축으로 꼽혔던 곽빈(두산)이 담 증세로 3일 태국전에 이어 이날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에는 28세 맏형인 ‘안경 에이스’ 박세웅(롯데)이 있었다. 박세웅은 3월 WBC 일본전에서 4대13이던 7회 2사 만루에 구원 등판해 후속 타자를 뜬공 처리하면서 한국을 콜드게임 수모에서 구했던 투수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가까스로 지켜냈던 그는 이번에는 ‘극일’의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이 대회 전까지 국제 대회 7경기 1승 1패, 12⅔이닝 17탈삼진 평균자책점 1.42로 ‘국제용’ 면모를 뽐냈던 박세웅은 이날도 6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9개나 뺏으며 무실점 호투했다. 피안타와 볼넷 허용도 각각 2개뿐이었다. 박세웅은 이번 대회 한국 투수 중 처음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1회 초 첫 타자 나카가와 히로키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도루로 2루를 내줘 곧바로 실점 위기를 맞은 박세웅은 기타무라 쇼지에게 좌전 안타까지 맞아 1사 1·3루에 몰렸으나 사토 다쓰히코를 1루수 파울 플라이, 마루야마 마사시를 삼진으로 돌려 세워 고비를 넘겼다. 초반 위기를 잘 틀어 막은 뒤로는 5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내며 일본 타선을 무력화했다.
한국 타선은 도요타자동차 생산관리부 소속인 가요 슈이치로에게 끌려다녔다. 가요는 시속 150㎞에 가까운 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5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였다. 일본 사회인야구는 고교·대학까지 선수 생활을 했으나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 등이 기업 소속으로 참가하는 리그다.
0의 균형은 6회 말에 깨뜨렸다. 김혜성(키움)이 중전 안타를 치고 빠른 발로 2루에 도달해 선취점 기회를 열었다. 최지훈(SSG)의 보내기 번트, 윤동희(롯데)의 볼넷으로 이어간 1사 1·3루에서 4번 타자 노시환(한화)이 큼직한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김혜성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8회 얻은 1점은 쐐기였다. 김혜성이 볼넷, 최지훈이 번트로 2사 2루를 만들었고 노시환이 깨끗한 좌전 적시타를 뽑았다.
류중일 감독은 7회 박세웅을 최지민(KIA)으로 교체했고 이어 박영현(KT)이 2이닝을 책임졌다. 9회 무사 1·2루에 몰렸으나 2루 땅볼로 한숨을 돌렸고 1사 1·3루에서 병살 플레이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류 감독은 “선발 박세웅이 잘 던졌고 최지민과 박영현이 잘 막았다. 노시환이 역시 해결사 역할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중국 야구가 많이 발전했다. 포수가 특히 좋다. 중국 투수들의 스타일에 잘 대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