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따거’ 주윤발 “영화 없이 주윤발도 없다…한국 영화, 고무적”
“저한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세상을 가져다준 게 영화입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배우 주윤발(68)은 유쾌하게 대답을 이어나가던 중 영화 인생 50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영화가 없으면 주윤발이 없다”고 진중하게 대답했다.
5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홍콩 배우 주윤발과 중국 배우 판빙빙이 잇따라 기자 간담회를 가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KNN시네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윤발은 “영화를 찍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많은 인생의 고리를 가져다 주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0~1990년대 홍콩 영화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손꼽힌다. 홍콩 누아르의 대표작인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을 통해 뭇 남성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그는 바바리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대표작 ‘영웅본색’과 ‘와호장룡(2000)’과 함께 신작 ‘원 모어 찬스’를 선보인다. ‘원 모어 찬스’에서 그는 마카오에서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들을 돌보는 미용사 아버지를 연기한다. 그는 “이런 장르의 영화는 오랜만이어서 마음에 든다”며 “부자 지간의 정을 다루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가 떠오른 데 대해서는 "한 지역이 정체돼 있을 때 다른 지역이 일어나 더 멀리까지 나아가는 건 좋은 일"이라며 "한국 영화의 부상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인 주윤발은 지난 7월에는 때 아닌 건강 이상설로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사후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 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한 주윤발은 세상의 관심에 소탈하기만 하다. 최근 취미로 마라톤을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주윤발. 그는 “제가 50년 더 영화를 하면 볼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면 한국에서 미용 시술을 받아야겠어요. 나이가 들어도 젊은 모습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러닝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라고 웃었다.
판빙빙 “배우는 스스로 가라앉히는 시간 필요해”
배우 판빙빙(42)은 복귀작인 한슈아이 감독의 영화 ‘녹야’를 선택한 이유로 “여성이 여성을 구제하는 역할이라는 것에 이끌렸다”면서 “몇 년 동안 겪은 개인적 사건과 이야기가 ‘녹야’에서의 역할이 들어맞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KNN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판빙빙은 드라마 ‘황제의 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중화권의 대표적인 톱스타로 떠오른 배우다. 2018년 탈세 논란에 휩싸인 후 중국 연예계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실종설’ 등 각종 괴담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JTBC 드라마 ‘인사이더’에 특별 출연하며 복귀 신호를 보낸 판빙빙은 올해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녹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5년 간의 공백에 대해 판빙빙은 “연기자는 때로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과 교류하는 등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제 인생을 축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녹야’는 빈곤과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중국 여성 ‘진샤(판빙빙)’ 앞에 ‘초록 머리를 한 여자(이주영)’이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에서 항공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진샤는 신중하고 과묵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진솔한 여자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느낀다. 남성들의 폭력으로 허물어지는 그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진샤는 여자의 색깔로 자신을 물들인다.
“최근 한국의 좋은 영화들이 세계 무대에서 소개되고 있어 아시아인으로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한 판빙빙은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다원적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제가 이 영화를 망설임 없이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