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인을 저지른 최윤종의 국선변호인이 강제교체됐다. 국선변호인이 최윤종을 한 번도 만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유로 국선변호인이 교체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국선변호인이 해당 사건을 끝까지 맡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고의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7일 최윤종 측 이 모 변호사에 대한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
이 변호사는 구속영장 심사 단계부터 최윤종 사건을 맡았다. 그러나 기소 이후 지난달 25일 첫 공판이 열리기 전까지 그를 접견하지도, 사건 기록을 열람·복사하지도 않았다.
첫 재판에서 이 변호사는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최 씨는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며 엇박자를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변호사에 대해 “1회 기일 전에 충분히 소통이 됐어야 하는데 그게 잘 이행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 사건은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고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하면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판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요청이 없더라도, 국선변호인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경우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재판에서 재판부의 직권 취소는 매우 이례적이다.
피고인의 주장과 변호인의 변론전략이 맞지 않아 피고인이 변호인 변경을 신청하거나 피고인의 협박 등으로 국선변호사가 사임 신청을 해서 법원이 받아들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법원이 직권 취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국선변호인이 최윤종 사건을 끝까지 맡기 부담스러워 의도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직권 취소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국선변호인이 한번도 피의자를 접견하지 않는 점도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