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화약고 터진 중동 '5차 전쟁' 직전 국면…바이든의 '데당트' 최대 위기

바이든, 네타냐후와 곧 통화 대대적 군사 지원

이스라엘 사망자만 600명 넘어…보복전 확산

미국인 포함 상당수 민간인들 하마스에 끌려가

헤즈볼라까지 공격 가세하며 '이란 배후설' 확산

사우디-이스라엘 수교 등 美 정책 물거품될수도

공화당, 바이든 맹공 "이란에 준 동결자금이 문제"

모사드, CIA 정보력 이것밖에…후폭풍 거세질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다시 통화하고, 군사 지원 계획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까지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가세하면서 중동은 사실상 전쟁 국면에 돌입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미 정치권에서 높아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 온 ‘중동 데탕트’는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날 이스라엘 현지 매체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날 저녁 통화하며 군사 지원 계획을 직접 전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군사력에는 군사력으로, 정보에는 정보로, 외교에는 외교로 미국은 이스라엘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며 강력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 계획과 관련해 “오늘 오후에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는 이스라엘이 이 순간에 하마스 공격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도록 확실히 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을 당한 가자지구 모습/AFP연합뉴스이스라엘의 공습을 당한 가자지구 모습/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숨가쁘게 대응하고 있으나 중동 현지의 상황은 5차 ‘중동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교전 이틀째인 이날 까지 이스라엘에서만 6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2,000명이 넘어섰다.

또 이스라엘군의 이틀째 공습이 이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이날까지 370명이 죽고, 2,200명이 부상했다고 가자지구 측이 전했다.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는 민간인들을 대거 인질로 데려갔는데 이 가운데는 미국인 등 외국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오랜 기간 이란이 지원을 받던 무장 정파다. 이번 공격의 배후로도 이란이 지목되는 가운데 중동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마스의 이번 공격이 미국 주도로 이뤄지던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교 움직임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이란과 적대적인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범 이란 세력이 결집했다는 것이다.



미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의 중동 분석가 로라 블루멘펠드는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합의에 가까워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식탁에 앉을 자리가 없다고? 그러면 음식에 독을 넣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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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번 하마스의 공격 목적이 미국이 추진해온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방해하는 데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하마스, 헤즈볼라와 이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사우디를 비롯해 관계 정상화에 관심 있는 다른 국가들과 수교하는 노력을 막는 게 이번 공격의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지만, 이란이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왔다고 덧붙였다.

하마스에 반격하는 이스라엘 탱크 부대 모습/AFP연합뉴스하마스에 반격하는 이스라엘 탱크 부대 모습/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공화당 진영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맹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이란과 동결자금 해제 및 수감자 맞교환 등을 추진한 것을 이번 공격과 연결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현장에서 "이번 전쟁은 두 가지 이유로 발생했다"면서 "미국이 인질들에 대해 이란에 60억 달러를 주고 있고,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과 수감자를 맞교환하기로 합의하면서 60억 달러(약 8조원)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동결을 해제했는데 이는 대부분 한국에 동결돼 있던 자금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이란을 관대하게 다룬 조 바이든의 정책들이 그들의 금고를 채우는 것을 도왔고, 이제 이스라엘이 이러한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같은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란의 동결 자금을 해제한 것을 이번 공격과 연관 짓는 것에 대해 "그 계좌에서는 (아직) 1달러도 사용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한편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물론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력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카툴리스 정책 담당 연구원은 "이번 하마스의 침공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작전이었다"며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감지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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