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지진 사망자가 2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부상자를 포함하면 총사상자는 5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이 지원에 나섰으나 현지 경제 사정과 의료 역량이 열악해 사망자 수는 더욱 증가할 수도 있다.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식량난에 지진까지 겹치며 향후 아프가니스탄 경제 재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지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만에 일어난 최악의 지진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현지 탈레반 정권의 발표를 인용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총 2445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날 적신월사가 밝힌 500명에서 2000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재난부 대변인은 사망자 수를 공개하며 당초 9240명으로 밝혔던 부상자 수를 ‘2000여 명’으로 정정했으나 사망자 집계가 널뛰고 있는 만큼 부상자 수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지진이 일어난 헤라트주 보건부 관계자는 “시신들이 여러 병원과 군 부대 등에 분산 수용돼 사망자 수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지진은 7일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헤라트주의 주도 헤라트 북서쪽 40㎞ 지점에서 일어났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는 6.3으로 크지 않았으나 진원의 깊이가 14㎞로 비교적 얕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 규모 4.3~6.3의 여진이 8회 이상 이어지며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지진으로 건물 1320채가 무너졌거나 손상을 입었고 무너진 건물에 다수의 시민들이 깔려 있을 것으로 추정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상자들도 많다. 아프가니스탄의 열악한 의료 실태와 빈약한 경제력도 사태를 키우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피해자 중 다수는 지진 전부터 도움이 필요했다”며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지원하자”고 촉구했으나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현지 경제 시스템은 손쓸 수 없이 무너져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인구 4200만여 명 가운데 199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로이터는 “아프가니스탄 의료는 거의 전적으로 외국 원조에 의지한다”며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후 지난 2년간 국제 원조가 중단됐고 의료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고 전했다.
헤라트는 아프가니스탄 서부, 이란과의 국경에서 동쪽으로 120㎞ 떨어져 있다. 알렉산더대왕 시절부터 건설된 수많은 유적이 남아 있어 ‘문화 수도’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