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남도는 내년 3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전남학생교육수당을 지급한다. 인구 소멸 위기 지역으로 지정된 전남 16개 군 지역 초등학생은 1인당 월 10만 원, 무안군과 5개 시 지역 초등학생은 5만 원을 받는다. 당초 지난해 선출된 교육감의 공약은 도내 전체 초중고교생에게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 현재 만 8세 미만 아동 모두는 정부로부터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전라북도 순창군은 군수 공약에 따라 2~6세 유아기 아동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행복수당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마저도 애초 순창군은 17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제주도는 만 8~10세 아동을 대상으로 3개월간 총 15만 원의 건강체험활동비를 준다. 도지사의 공약이었으나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에 막혀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한다.
9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자체장들이 지난해 지방선거 공약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무리하게 선심성 정책을 꺼내고 있다. 대부분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지급하겠다고 조례부터 제정하다 보니 주민들만 혼란스럽다.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수당들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지면서 거주 지역에 따라 이중·삼중으로 혜택을 보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대전광역시는 지난해부터 36개월 미만 아이에게 월 30만 원씩 대전형 양육기본수당을 주고 있다. 부모 소득 수준이나 몇째 아이인지 구분 없이 누구나 똑같이 받는다.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과는 별개여서 중복 수혜도 가능하다. 여기에 유성구 주민이라면 구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30만 원도 더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 나오는 200만 원(첫만남이용권), 아동수당(월 10만 원), 부모급여(0~11개월은 월 70만 원, 12~23개월은 월 35만 원)까지 출생신고를 한 달에는 340만 원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이 같은 현금성 복지는 박탈감을 줄 수 있어 한 번 시작하면 거둬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곳간 사정은 외면한 채 한 지자체에서 신설하면 주변 지자체들도 유사하게 따라가 출혈경쟁으로 이어진다. 경기도 군포시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10만 원의 입학축하금을 준다. 시장의 공약 사항 중 하나다. 이미 경기도 내에서 의정부시·남양주시·광명시·안성시 등 10개 지자체가 주고 있어 막을 도리가 없다.
지자체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아예 반려시키는 사례는 거의 보기 힘들다. 시행한 뒤 효과가 없으면 폐지한다고 하나 대부분 말뿐이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장들은 표가 중요하니 당장의 세수 감소는 지나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벌여 놓는다”며 “잘못된 결정을 할 때 컨트롤할 수 있는 기능이 떨어지니 지방에서 재정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기본 준칙을 입법화하는 식으로 원칙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 소멸과 인구 쇼크에 대응하겠다며 출산 비용을 대폭 늘려왔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자녀가 7세가 될 때까지 총 5040만 원을 주는 전남 강진군의 경우 출산율이 2018년 1.21명에서 2022년 0.89명으로 하락했다. 경북 울진(1.21명→1.05명), 충남 청양군(1.05명→0.90명) 등 다자녀에 대해 1000만 원 이상을 줘도 아이 울음소리가 더 많이 들리진 않는다. 현금을 받는 것 자체로 도움은 되겠지만 획기적인 인센티브는 아니며 오히려 ‘먹튀’를 하며 인구 유출입만 증가하는 문제가 더러 발생할 뿐이다. 경기 연천군 청산면도 5년간 매달 15만 원씩 농촌기본소득을 지급하지만 위장 전입 문제만 발생할 뿐 오히려 인구는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충청북도는 올해부터 신생아에게 첫해 300만 원, 이후 4년간 200만 원씩 총 1000만 원의 출산육아수당 지급을 시작했다. 올해 예산만 223억 원에 달하고 2027년에는 521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결혼장려금(100만 원)과 산후조리비(50만 원)까지 줄 계획이다. 박혜림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자체 출산지원정책의 효과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출산장려금 100만 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하고 아동 1인당 인프라 예산액 100만 원 상승 시 0.098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득을 높여주는 현금 지원 정책보다는 육아 비용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인프라 확대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을 쓰지 못하고 열악한 지자체 곳간만 갉아먹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에 대한 집중 지원 방향으로 기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방만하게 불어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들이 납득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