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2개 전쟁' 불가피… 北, 안보틈새 노릴 듯"

'이-팔 전쟁' 외교안보전문가 진단

美 전선 유럽 이어 중동으로 분산

동북아지역 안보 집중도 떨어져

이스라엘 정보전 실패 반면교사

'정규+비정규' 하이브리드전술 등

기습도발 대응책 서둘러 강화해야

8일(현지 시간)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와 이를 막기 위해 발사된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어망 ‘아이언돔’. AFP연합뉴스8일(현지 시간)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포와 이를 막기 위해 발사된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어망 ‘아이언돔’.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이 북한의 침공 위협에 노출돼 있는 한국으로서는 ‘강 건너 불’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미국의 전선이 유럽에 이어 중동으로까지 분산되면 아시아 등지에 대한 안보 집중도가 떨어져 한반도에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마스의 기습은 핵·미사일이 아닌 비대칭 재래식 전력을 앞세운 비정규전만으로 국가 안보를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로 북한의 장사정포에 맞설 ‘한국형 아이언돔’의 조속한 개발 등 대비책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9일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지형을 흔들고 이란 등이 참전할 경우 신냉전 속 또 다른 진영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북중러 관계가 밀착하는 와중에 미국이 유럽과 중동까지 2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게 돼 그 틈새를 북한이 파고들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근래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정부와 군 당국은 대외 정세를 면밀히 살피면서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중동 정세의 불안정성은 미국으로 하여금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없앤 2개 전쟁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으로서는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날 기회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어 군 당국은 철저한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북중러 밀착에 더해 중동 위기가 겹치면서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테인 간 전쟁도 장기화되면 인태 지역 전략에 변화가 올 수 있어 한반도에 대한 안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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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한국 자체의 3축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의 인태 전략 변화로 한국 자체적인 3축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이번 공격이 우리 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하마스는 로켓포 공격 등 전선에서 맞부딪치는 정규전으로 이스라엘 군을 혼란에 빠뜨린 뒤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패닉 야기 심리전 등 비정규전을 펼쳤다. 이른바 ‘하이브리드전’으로 북한이 그간 꾸준히 준비해왔던 대남 전쟁 공식으로 군사적 혼선과 함께 사회적 혼란을 유발하며 공포감을 극대화했다는 게 공통적 시각이다.

실제 휴전선 인근에 장사정포 1000여 문을 배치한 북한은 시간당 1만여 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또 레이더 포착이 힘든 수백 대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대규모 특수전부대, 각종 무인기까지 보유한 북한의 비대칭·기습전 능력은 하마스보다 몇 배 우위로 평가된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마스의 공격 사례를 교훈 삼아 북한의 비대칭 전력을 이용한 기습 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점검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적의 공격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정보전의 실패를 우리 군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이스라엘의 정보·첩보전 실패로 이번 기습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며 “평소 철저한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이브리드전으로 안보 시스템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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