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가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한 이색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주유소와 홈쇼핑에서 굴착기를 판매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기발한 광고 제작으로 유명한 돌고래유괴단과 손잡고 독특한 영상을 선보였다. 건설기계 장비는 기업 대 기업(B2B) 영업을 주로해 일반 소비자 대상의 마케팅이 필요없지만, 중공업 특유의 무거운 그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주요 사업인 중장비부터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공개한 '다음 생에는 꼭 사람으로 만나자'라는 이름의 굴착기 홍보 영상은 열흘 만에 조회수 300만을 돌파하고 30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상은 시골 농장에서 정성껏 굴착기를 키워 교육 시설로 보낸다는 내용의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제작됐다. 대중들에게 다소 거친 이미지의 굴착기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동안 굴착기하면 떠올렸던 거친 이미지를 넘어 재난 피해 현장 복구에 투입되는 등 사회 여러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내용을 담아 친숙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는 올해 1월 신규 중장비 브랜드 '디벨론'을 론칭한 후 이 같은 이색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주유소에서 미니 굴착기를 전시, 판매했고 최근에는 홈쇼핑과 온라인몰 등 일반 고객이 일상에서 쉽게 굴착기를 접할 수 있도록 선보이고 있다.
HD현대가 굳이 B2B 중심 사업의 마케팅에 전념하는 배경에는 그룹 전반의 이미지 쇄신 전략이 있다. HD현대는 연초 사명을 변경하고 분당 신사옥으로 이사한 후 그룹 이미지 변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직접 그룹 유튜브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그룹 전반으로 젊은 세대 공략 마케팅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HD현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마케팅"이라며 "정 사장의 격식 없는 경영 행보가 HD현대 계열사에도 스며들면서 추진하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건설기계는 HD현대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으로 일련의 이미지 쇄신은 젊은 인재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