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전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휘청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이 55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 사유가 발생해 손실 가능성이 높은 투자규모도 1조 원을 넘어섰다. 다만 금융당국은 총자산 대비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가 1% 미만으로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6월 말 기준 55조 8000억 원으로 금융권 총자산의 0.8%로 조사됐다. 업권별로는 보험이 31조 7000억 원(56.8%)로 가장 비중이 크고 은행 9조 8000억 원(17.5%). 증권 8조 3000억 원(15.0%), 상호금융 3조 7000억 원(6.7%), 여신전문금융사 2조 1000억 원(3.8%) 순으로 조사됐다.
투자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이 35조 8000억 원으로 전체의 64.2%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유럽 11조 원(19.6%), 아시아 4조 2000억 원(7.4%) 순이다. 전체 투자규모의 4분에 1에 해당하는 14조 1000억 원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며 오는 2030년까지 43조 8000억 원이 만기를 맞는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치솟는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1조 3300억 원 규모의 투자건에서 이미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일 사업장(부동산) 투자규모의 3.7% 수준이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게 이자 또는 원금을 미지급하거나 자산가치가 하락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조건 미달 등으로 발생한다. 즉, 대부분 중·후순위로 투자한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6월 말 기준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 중 유가증권의 누적평가손익은 -2.36%에 머물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총자산의 1% 미만으로 크지 않고 금융회사들의 손실흡수 능력을 감안할 때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투자액 역시 80% 가까이가 2019년 이전 투자건이라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 위험이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팬데믹 이후 선진국의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되고 고금리 환경 지속에 따른 해외 부동산 시장 위축이 장기화된다면 손실 확대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밀착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손실 및 부실 자산 발생시 보고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관심 회사를 선정해 신규투자와 손실 자산 현황을 관리할 예정”이라며 “개별 투자내역별로 밀착 점검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