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계기로 과격 무장 단체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세력의 전쟁 개입 및 확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대(對)중국 견제에 골몰하느라 이들의 위협을 과소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전쟁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후티 반군 지도자 압둘말리크 알후티는 “미국이 가자지구 분쟁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며 다른 이슬람 조직과 협력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라크 시아파 정치단체를 이끄는 알 아미리 역시 전날 “미국이 이 분쟁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면 우리도 주저하지 않고 표적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확전의 최대 변수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지난 주말 이스라엘과 제한적 교전을 벌였지만 본격적인 참전을 감행하지는 않았다. 하마스보다 강한 헤즈볼라의 개입은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가능성을 키운다는 점에서 확전의 뇌관인 동시에 양 진영이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시나리오다. 헤즈볼라 역시 레바논 내에서 쌓아온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에 이번 분쟁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는 게 기존의 전망이었지만 지난 이틀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및 헤즈볼라 초소에 공격을 가하고 대원 내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헤즈볼라가 2006년 (이스라엘과) 마지막 전쟁 이후 이스라엘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대한 미사일 무기고를 확보했다”며 “미국은 이들이 분쟁에 가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다수의 포탄이 이스라엘로 발사되는 등 전선이 인접 국가로 번지는 형세다.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다시 세(勢)를 키우고 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들의 위협을 위험하리만큼 과소평가해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찰스 리스터 미 중동연구소 국장은 포린폴리시에 “최소 20개의 테러 단체가 아프간 땅에서 미국 철수 이전보다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중국·파키스탄·인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시리아 등에서도 부차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의 한 고위 대테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그 위협은 살아 있고(live), 적극적이고(active), 즉각적이며(immediate) 서방세계에까지 미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