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즐길 거리가 다양하게 마련되지 않아 아쉬워요. 영화의 전당이 한적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7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개막 첫 주말 영화의 전당 일대에는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모인 인파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는 한 시민은 ‘막상 즐길 거리가 적다’고 말했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사퇴 등으로 영화제가 내홍을 겪으며 예산이 축소되고, 협찬사가 줄어들면서 부스와 팝업 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기자가 방문한 부산영화제 현장 곳곳은 예년보다 조촐한 모습이었다. 영화의 전당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리면서 벤치 등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데 심지어 이 벤치도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에는 빈백 등이 곳곳에 배치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나, 올해는 테이블 형식의 벤치만 몇 군데 배치된 것. 즐길만한 팝업이나 부스가 없어 올해는 굿즈숍에만 관객이 잔뜩 몰려 있었다. 팝업이나 부스 뿐만이 아니다. 국제 영화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상영작 숫자도 줄었다. 지난해에는 71개국 242편의 영화가 상영됐는데, 올해 영화제 초청작은 69개국 209편에 그쳤다.
이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영화제가 정상화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대조적인 분위기다. 당시엔 푸드 트럭, 각종 OTT 이벤트 부스, 휴식 공간 등이 마련돼 축제 분위기를 북돋웠다. 특히 배우 양조위의 출연작 편을 다루는 특별전 '양조위의 화양연화' 관련 부스가 운영돼 영화제의 필수 코스로 등극하기도 했다. 그 결과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BIFF가 완벽히 부활했다는 평을 얻었다.
올해 BIFF 구모가 줄어든 이유는 물론 돈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올해 축제 규모는 109억 4,000만 원이다. 협찬 확보에 일부 어려움이 있었고 이에 따라 예산 규모가 줄었다"며 "전반적인 세계 경기 침체 영향과 기업 재정 악화 등 일부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그림자처럼 영화제를 후원해 준 협찬사와 부산시 지원으로 선택과 집중에 맞춰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 평균은 120억 원으로 평년 대비 10% 줄어든 수치다.
축제 분위기는 줄어들었지만, 유의미한 성과도 있다. 연휴와 맞물려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 것이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은 첫 상영부터 매진됐고, OTT 작품인 '비질란테', '운수 오진 날', '거래' 등도 상영관을 채웠다. 故 설리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의 3회차 상영 티켓도 모두 매진됐다.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각종 오픈토크 및 무대 인사도 관객들로 가득 찼다. 영화의 전당 주변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한 관객들의 아쉬움이 쏟아지기도 했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면적이 확대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해당 행사는 판권을 놓고 영화와 영상 산업 관계자들이 경쟁을 벌이는 자리다. 이번 행사는 48개국 877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행사 면적은 지난해에 비해 약 30% 확대됐다.
오는 13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 11일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영화제를 찾은 일본의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토크가 후반부를 빛냈다. 오는 13일 진행되는 폐막식은 영화제를 성대하게 마무리한다. 배우 홍경과 고민시가 진행을 맡았으며,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뉴 커런츠 섹션 심사가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