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기간산업의 노동조합이 추투(秋鬪)를 예고하며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기업이 호실적을 거두며 노조의 기대감이 높아진 데다 정년 연장 등 이견이 큰 안건이 산적해 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전국금속노조 기아(000270)지부(기아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계획을 세웠다. 13일과 17~19일은 하루 총 8시간, 20일에는 총 12시간 파업을 한다. 애초 12일에도 8시간 파업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교섭 일정을 잡으며 기존의 파업 계획을 취소했다. 노사가 추가 교섭에 합의하면 향후 예고한 파업 일정도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노사의 이견이 가장 큰 안건은 고용 세습 문제 해결이다. 기아는 단체협약에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위법한 고용 세습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기까지 했다. 사측은 이 조항을 개정하는 대신 올해 말까지 신입 사원을 채용해 생산직의 노동 강도를 낮추겠다고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정년 연장도 쟁점이다. 사측은 정년퇴직자를 최대 1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베테랑 제도 근무 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정년 연장을 고수하고 있다.
포스코에도 창사 55년 만에 파업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포스코 노조 측은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며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약 열흘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쟁의행위(파업)에 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중노위 조정이 중단되고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찬성 가결이 이뤄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포스코 노사는 올해 20여 차례 임금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 측은 △기본임금 16만 2000원(베이스 업 9만 2000원 포함) 인상 △일시금 600만 원(주식 400만 원·현금 150만 원·지역사랑상품권 50만 원) 지급 △격주 주 4일제 도입 즉시 시행 △경영성과금 제도 개선 △직무급제 도입 △복리후생 제도 개선 관련 노사 합동 태스크포스(TF) 구성 등을 노조 측에 제안했다. 다만 노조 측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