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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시작한 곳에서 성장하기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매년 발표되는 지표 중 반드시 챙겨보는 것이 있다. 도시별 창업 생태계 지수다. 스타트업 전문 연구기관인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은 매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2022년도 지표는 올 6월 발표됐다.

서울의 순위는 몇 년간 가파르게 오르다가 2021년 마침내 10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두 계단 하락한 12위에 머물렀다. 새롭게 치고 올라온 싱가포르가 8위를 차지했고 서울은 워싱턴DC(11위)에도 한 계단 밀렸다. 서울이 10위에 올랐을 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보도 자료까지 배포하며 자랑했던 지표인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서인지 덜 화제가 되는 듯하다.



이 지표가 재미있는 것은 국가가 아닌 한 도시의 창업 생태계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니라 서울의 창업 생태계가 12위인 것이다. 이 지표를 볼 때마다 서울이 마침내 ‘잘나가는’ 창업 도시 반열에 든 것이 무척 반가우면서도 우리나라의 다른 도시들은 100위권 안에조차 들지 못한다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뉴욕·LA·보스턴·시애틀 등이 10위권에 있고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가 각각 7위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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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교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서울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다만 별다른 기반 없이 아이디어와 의지가 있으면 가능한 ‘스타트업’마저 서울 외의 지역은 척박한 환경이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물론 지역에도 다양한 기회가 있다. 하지만 그 지원이 초기 창업에만 집중돼 있다. 투자를 받으려면 결국 서울로 향해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마땅히 창업한 지역에서 성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곳에 회사와 창업자의 정체성이 있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테스트해볼 만한 시장의 규모와 인력의 풀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는 지방대와의 협업이 활성화돼 있지만 아직도 대학 창업은 소수의 이야기다.

제조 스타트업은 그 지역의 주력산업을 기반으로 지자체와 기업·대학과 창업자가 4각 편대를 이뤄야 한다. 지역 고유의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로컬 크리에이터들도 지자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보편적인 사랑을 받는 서비스업 스타트업으로 키울 수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만큼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지구촌이 사랑하는 레고는 덴마크의 작고 소박한 도시 빌룬에서 탄생했다. 세계인의 커피 문화를 선도하는 스타벅스 역시 미국에서 그리 크지 않았던 도시인 시애틀에서 탄생했다. 한국에서도 지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들이 특유의 아이디어와 개성으로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


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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