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양자컴퓨터·인공지능(AI) 등 차세대 딥테크 기술이 융·복합하면서 새로운 혁신이 세상을 뒤바꾸는 날이 올 것입니다.”
우주관광·양자컴퓨터 등 미래 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12곳이 1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주최 데모데이에 나서 기술력을 뽐냈다. 이날 데모데이에 참석한 투자사·대기업 관계자 등 800여 명은 프리젠테이션 내내 눈길을 떼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벤처 투자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한국에 없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들 중 유망한 곳을 발굴하기 위해 각 사 대표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질문도 하며 투자·협업을 모색했다.
이날 프리젠테이션에 나선 기업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유행처럼 번졌던 오프라인 사업의 온라인 전환 플랫폼 사업모델이 아닌 딥테크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첫 발표자로 나선 박재홍 우나스텔라 대표는 “내년에 소형 실험용 발사체를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발에 속도를 내 올해 초에는 자체 개발 연소기를 지상에서 연소하는 성능 시험에 성공했다”며 “전기차처럼 배터리와 모터를 활용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로켓을 만드려 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설립된 우나스텔라는 국내 최초로 민간 유인 우주 발사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고도 100㎞까지 유인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전기모터펌프 사이클 엔진 시스템 기반의 자체 엔진을 설계·개발 중이다. 일론 머스크의 미국 스페이스X가 개척한 우주관광 산업에도 진입하겠다는 과감한 목표도 세웠다.
이준구 큐노바 대표는 제약·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 산업에 인공지능(AI)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는데 AI만으로는 새로운 신약을 찾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AI와 함께 양자컴퓨터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분자를 설계하는 새로운 신약 발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노바는 차세대 통신망인 6세대(6G) 시대를 열어갈 핵심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6G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연구에 성공하기도 했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에너지 소모를 크게 줄여주는 필름 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종헌 포엘 대표는 “복사 냉각 소재를 건축물에 적용하면 태양광을 차단하고 내부 온도를 대기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서 “여름철에 자동차가 뜨거워지는 문제도 냉각 소재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복사 냉각은 물체가 복사열을 흡수하는 양보다 방출하는 양이 많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많은 투자회사들이 딥테크나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을 찾으려고 한다”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유동성 위기로 디지털 플랫폼 대신 딥테크 기업이 주목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대표적인 국내 액셀러레이터(AC)로 2014년 설립 이후 지난달까지 총 31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