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계은행, 국제기구 첫 공급망 다변화 개시…韓도 300만달러 공여

글로벌 공급망 강화 파트너십 출범

초기 4000만弗, 5년내 1억弗 조성

채굴서 가공·제조까지 개도국 투자

中견제 차원 日언론 정치적 해석에

WB, 한국 기자단과 인터뷰 돌연 취소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를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본회의장에서 열린 WB기금(공급망강화파트너십·RISE) 출범 행사에 참석해 공급망 강화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모로코 마라케시를 방문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본회의장에서 열린 WB기금(공급망강화파트너십·RISE) 출범 행사에 참석해 공급망 강화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세계은행(WB)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주요 7개국(G7)과 함께 4000만 달러(약 537억 원)를 개발도상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WB는 5년 내 1억 달러(약 1342억 원)를 조성할 계획으로 한국 정부는 초기 300만 달러(약 40억 원)를 공여할 계획이다. 국제기구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직접투자 및 실행 계획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기구가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라 중국의 반발 등 귀추가 주목된다.



WB는 11일(현지 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공급망강화파트너십(RISE)’ 출범 행사를 진행했다. RISE는 글로벌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하려는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개도국의 광물 채굴만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이후 단계인 가공·상품 제조 등을 지원해 공급망 안정과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다.

5월 G7 정상회의에서 ‘회복 탄력적이고 포용적인 공급망 강화(RISE)’라는 이름으로 개도국에 금융·지식·파트너십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합의한 뒤 속도감 있게 추진됐다. 한국 정부는 G7 의장국인 일본의 요청으로 6월 참여하게 됐다.



2500만 달러(약 335억 원)를 공여하는 일본을 포함해 한국 정부도 300만 달러를 초기 공여금으로 투자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RISE를 통해 개도국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성장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도 “국가별 공급망 다변화에는 한계가 분명하지만 WB 내 다자신탁기금(EGPS)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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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번 RISE 출범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따라 개도국 인프라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WB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자는 주장은 내세우지 않았으나 공급망 취약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 G7 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종의 경제안보 협의체 신설에 합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에도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G7 국가들은 많은 공급망이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양광·배터리 등 클린 에너지 분야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핵심광물 독점을 추구하는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중국 견제 차원으로 해석됐다.

IMF·WB 연차총회가 열리는 모로코 마라케시 거리.IMF·WB 연차총회가 열리는 모로코 마라케시 거리.


문제는 WB가 국제기구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일본 언론은 RISE와 관련해 스즈키 재무상의 발언을 인용, ‘WB와 협력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 우려를 해소하고 다양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일본 언론의 보도에 WB는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10분 앞두고 돌연 취소했다. RISE 출범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일부 해석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WB 측은 중국 견제라는 해석에는 거리를 뒀다. 그동안 채굴에 그친 공급망 개발을 G7 국가와 WB 차원에서 가공·상품 제조까지 완결성을 높이도록 지원하는 RISE 출범은 ‘특정 국가 배제’와는 관계없는 개도국 지원이라는 국제기구 본연의 역할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해 WB 등 국제기구의 역할 재정립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WB 등 국제기구가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불투명하고 지속 불가능한 대출에 대해 (WB와 IMF)가 중요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중국이 개도국에 차관을 제공하며 이들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두 기구가 견제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한편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WB의 최대 자금 공여 국가다. 설립 이래 선출된 총재는 모두 미국인으로 6월 새로 선출된 아제이 방가 총재 역시 인도계 미국인이다.


마라케시(모로코)=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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