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쉽게 지치고 피로감이 심해요. 집중력이 저하되다 보니 업무 효율까지 떨어집니다. 검진을 받아봐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를 처음 만나는 30~40대는 하나같이 머쓱해한다. ‘노년내과’라는 명칭이 최소 환갑이 넘어야 할 것 같은 인식을 주는 탓이다. 그런데 정작 장 교수가 온종일 외래를 보는 수요일에 노년내과 진료실 앞을 둘러보면 30~40대 중장년층이 빼곡하다. 최근에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20대의 발길도 늘고 있다.
장 교수는 “노년내과는 노인만 진료할 거라는 편견이 많다”며 “나이와 관계없이 신체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향을 잡아주는 곳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물론, 개인이 겪는 건강 문제들은 저마다 달라도 장 교수의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찬찬히 들은 뒤 우선순위를 정해 차근차근 가이드라인을 잡아준다. 때론 평소 복용하는 약물과 생활습관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환자가 느끼는 변화가 크다. 질병의 경과도 결국 개인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질병이 생기는 근본 원인은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것과 연관된다”며 “병이 생기기 전에 방향을 바로 잡고 시간의 힘을 빌어드리기만 해도 몸이 달라지는 걸 체감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해다.
노인일수록 질병을 하나만 앓는 경우는 드물다. 가령 고혈압, 당뇨, 만성 콩팥병 진단을 받았다면 심장내과, 내분비내과, 신장내과를 모두 찾아야 한다. 병을 치료하면서 정작 환자가 소외되는 건 아닐까. 내과 전공의 시절, 여러 진료과를 거치며 치료를 받는 데도 힘들어 하는 노인 환자들을 보며 의아했다는 장 교수가 노년내과를 선택한 이유다. 실제 약물조화 클리닉에서는 새로운 약을 처방하는 대신 간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약물 가짓수가 줄었는 데도 환자들은 되려 ‘몸이 가벼워졌다’고 한다. 그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우리 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준비가 필요하다”며 “전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