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소득대체율 45·50% 포함…맹탕 연금개혁

◆국민연금 재정계산위 최종안

시나리오 18개서 최소 20개로

소득대체율 등 핵심쟁점 나열에 그쳐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에 소득대체율(연금액이 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5%와 50%씩 올렸을 때의 재정 영향 시나리오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소득대체율 40%’는 손대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율을 높이는 방안 등만 있었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국회에 연금 개혁안을 제출한다. 하지만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조합 가능한 시나리오만 최소 20개로 불어나면서 윤석열 정부가 임기 내에 연금 재정 개혁안을 마련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는 13일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최종 보고서를 확정 지었다. 김용하 재정계산위 위원장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소득대체율이 45·50%인 경우의 재정 전망이 어떻게 되는지 본보고서에 넣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화점식 가이드라인에 개혁 퇴색
'더내고 똑같이 받는' 안 비판 일자
소득대체율 높이는 방안도 포함
정부, 보고서 바탕 이달말 국회 제출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안 최종 시나리오는 최소 20개로 늘어났다. 재정계산위는 앞서 지난달 △보험료율은 현재 9%에서 12·15·18%로 △수급 개시 연령은 올해 63세에서 66·67·68세로 △기금운용 연평균 수익률은 0.5%포인트·1%포인트 올리는 안을 각각 발표했다.

여기에 소득대체율 45·50%까지 고려 대상에 들어가면서 재정계산위의 논의 결과를 검토해야 할 복지부와 국회로서는 사실상 ‘난수표’를 받아들게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연금 개혁에 ‘1+1=2’ 같은 식의 명확한 답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재정계산위가) ‘이 안은 이렇고 저 안은 저렇다’고 제시하기보다는 보험료율과 수급 개시 연령, 기금운용수익률, 소득대체율의 변화에 따라 재정 부담의 변화를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최종 판단은 국회와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계산위는 가치 판단보다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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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정계산위의 최종 보고서가 사실상 정부와 국회의 의사 결정상 ‘기준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의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짜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더구나 복지부의 보고서 제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이번에 재정계산위에서 논의한 내용이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최종 보고서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진영과 ‘소득 보장성’에 방점을 찍는 진영 간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말 그대로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방안을 모두 보고서에 담는 형태로 국회에 공을 넘긴 셈이 됐다. 관가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연금 재정 건전성 문제를 거듭 피력하며 재정계산위 논의에서도 ‘물길’을 터줬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재정계산위의 보고서는 연금 개혁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회로 공이 돌아왔지만 연금 개혁 논의가 여의도에서 잘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내년 5월까지로 연장했다.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 4월 이후로 미룬 것이다. 이 때문에 총선 전에는 연금 개혁과 관련한 논의가 국회에서 제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연금특위는 지난해 7월 구성된 뒤 올해 4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는데 모수 개혁 부분에서 뚜렷한 논의를 하지 못하고 활동 기한을 지난달 말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연장된 5개월 동안에도 전체회의를 두 차례만 개최했을 뿐 명확한 성과가 없었다.

더구나 재정계산위에서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시나리오까지 상정하면서 재정 건전성 강화 명분의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라는 가정하에 보험료율이 15%일 경우 소득대체율이 40%로 유지된다면 적립금 소진 시점이 2069년으로 미뤄진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린다면 기금 고갈은 2063년으로 당겨진다.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도 소득대체율이 40%인 경우에는 3699조 원 줄어들지만 50%라면 283조 원 감소하는 데 그친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금 개혁의 방향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것인데 소득대체율을 올린다고 하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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