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및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의 금품 수수 혐의 등으로 홍역을 치른 새마을금고가 지배구조 혁신에 나선다. 전문 경영인 체제와 중앙회장 단임제 도입을 통해 회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이사회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실제로 채택될지 주목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13일 서울 강남구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새마을금고 지배구조 혁신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성렬 위원장은 “투명한 지배구조는 위기 재발 방지만이 아니라 건전하고 지속적인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며 세미나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세미나에서는 위원회가 지난달 초 선정한 3대 분야 10대 핵심 과제 중 첫 번째인 ‘지배구조 및 경영 혁신’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다음 달 활동을 종료하는 위원회는 18일 3차 회의를 열고 세미나에서의 검토 내용 등을 기반으로 최종 혁신 방안을 확정한 후 중앙회와 금융 당국 등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중앙회는 금고에 대한 관리·감독자 및 최종 유동성 공급자로서의 중추 기관임에도 비상 상황 시 경영진의 신속한 위기 대응 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비리·비위 행위가 지속해서 발생했다”며 “중앙회장의 과도한 권한과 이사회의 취약한 견제 기능 등에 대해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위원회는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과도하게 집중된 중앙회장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 체제, 중앙회장 단임제 및 금고 이사장 중임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 이사회의 내실화를 위해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고 이사회 내 위원회를 신설해 전문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마지막으로 중앙회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와 인사추천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논의가 실제 혁신 방안에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발표에 앞서 유 교수가 “개인적 의견이 섞여 있다”고 밝힌 데다가 일선 금고에서 해당 내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김중옥 성남제일금고 이사장은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에 대해 “회장의 업무 대표 권한을 이양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현 상근이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일선 금고의 혼돈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며 “이사회 구성 변경에 대해서도 금고 이사장인 이사의 지역 대표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가 7월 뱅크런 사태 이후 새마을금고중앙회 차원에서 진행된 첫 공개 행사임에도 중앙회 측은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이나 향후 계획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박 중앙회장은 금품 수수 혐의로 직무 정지된 지 2달여 만인 11일 사임서를 제출했다. 현재 중앙회는 김인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조만간 보궐선거 절차에 돌입해 신임 중앙회장을 선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