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슈나 스리니바산(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3일(현지 시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이 꽤 높은 상황”이라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천천히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리 인상 추세인 만큼 (가계부채는) 취약 계층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이날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된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기자단과 만나 “가처분소득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수치가) 내려와야 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의 가계·기업·국가 부채가 위험 수위라는 점을 여러 번 언급했다. 특히 기업들도 부채를 줄여나갈 것을 조언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한국은 특히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전 세계와 긴밀히 연계돼 있어 디레버리징이 더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 기업부채 비율은 119.6%다.
국가부채와 관련해서는 “GDP 대비 54% 수준인데 더 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중기 재정 프레임워크’, 즉 재정준칙을 통해서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가계·기업·국가 부채가 높지만) 시스템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며 부채로 인한 위기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한국 정부의 국가 부채 관리와 재정 정책 방행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에 대해서도 “한국의 재정준칙은 굉장히 잘 만들어진 준칙이고 중기적인 재정 관리에 좋은 프레임워크”라고 평가했다. 현 정부가 만든 재정준칙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경우에는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하겠다는 게 골자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의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가 줄었는데 매우 적절하다”며 “미래의 잠재적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 완충장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부채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정 건전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수입과 지출을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게 핵심”이라며 “만약 지원 정책을 이행하고 싶다면 모두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지원이 절실한) 특정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은 적절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아직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IMF가 권고하는 것도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 리스크가 있어 금리도 섣부르게 낮춰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 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중국과 정보기술(IT) 업황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2%로 하향 조정한 것은) 테크 사이클 전환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경제가 전망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면, 또 기술 사이클이 더 빠르게 전환한다면 한국 경제를 촉진하게 될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한국 성장의 또 다른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