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취업을 하지 않았거나 이미 은퇴를 해 소득 수준이 낮은 청년과 노인을 중심으로 빚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이들의 신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부 업체 3개사(리드코프·태강대부·에이원대부캐피탈)가 내준 개인신용대출 중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2.5%에 달했다. 2019년 말의 5.1%에서 4년 연속 상승한 수치다. 이들의 연체율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도 홀로 10%를 넘기는 등 가장 높았다. 대부 업체에 손을 벌린 20대 청년 10명 중 1명 이상은 경제활동 초기부터 ‘연체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셈이다.
은퇴 등으로 근로 능력 및 소득 수준이 떨어진 노년층의 상황도 심각하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요 3개 대부 업체에서 60대 이상 개인신용대출 차주의 연체율은 5.4%를 기록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는 대출 규모도 작고 연체율도 낮지만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연체율 ‘상승세’다. 올해 6월 말 기준 60대 이상 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3.7%)보다 1.7%포인트 치솟으며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고금리 기조로 수익성·건전성 악화를 우려한 대부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전 연령층에서 대출 잔액은 줄었지만 노년층의 대출 규모는 오히려 전년 말 312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318억 원으로 유일하게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거절당해 ‘마지막 보루’인 대부 업체로 유입된 노년층이 늘어난 것이다.
퇴직금을 이용해 자영업에 나선 노인들이 개인사업자대출에도 손을 뻗고 있음을 고려하면 향후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신용 리스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가계대출뿐 아니라 개인사업자대출도 포함한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을 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고령층의 LTI는 350%로 청년층(262%), 중장년층(301%)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최근 고령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