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일본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최근 일주일간 일제히 5%대 반짝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3분기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기대보다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상승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본 반도체 ETF의 향후 투자 전망도 밝다고 전망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은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동안 6.76% 올라 전체 ETF(레버리지 제외)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도 5.61% 상승해 코스피 수익률(2.19%)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삼성전자가 3분기 2조 4000억 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는 소식이 9월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일본 반도체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실제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는 지난달 6일 1만 32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이달 4일 9355원까지 9.35% 미끄러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예고한 데 이어 비슷한 시기 일본이 발표한 2분기 경제지표도 예상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에 연초부터 꾸준히 ‘일학개미’ 순매수 3위권을 지켜왔던 ‘글로벌엑스 일본반도체’ ETF는 지난 한 달(9월 13일~10월 13일)동안에는 5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일본 반도체 ETF는 9월까지만 해도 폭발적인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미중갈등과 대북 미사일 경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반도체 소부장에서 강점을 보인 일본 반도체 산업이 부각되면서다. 여기에 역사적인 엔저 현상도 투자금을 빨아들였다. 실제 닛케이225지수가 올 들어 13일까지 26.24% 오를 동안 일본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에 투자하는 글로벌엑스 일본 반도체 ETF의 주가는 64.0% 치솟았다. 이에 한화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8~9월 앞다퉈 관련 ETF를 상장하기도 했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 패권을 거머쥐려는 미·중간 분쟁이 격화해 일본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초부터 내리막길을 걷던 D램 현물가격이 지난달 반등세로 돌아섰고 삼성전자가 3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둬 반도체 다운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반도체 업황이 본격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면 일본 반도체 관련주들도 덩달아 수혜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17일 일본 주요 반도체 기업 25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환노출 상품인 만큼 향후 엔화 상승 시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