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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누른 '입소문'…황금 연휴 박스오피스 흔든 '30일'의 반란 [정지은의 무비이슈다]


정지은 영화 기자와 함께 영화 이슈에 관한 수다를 나눕니다. '무비이슈다'



영화 '30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사진=마인드마크, CJ ENM영화 '30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사진=마인드마크, CJ ENM




추석, 그리고 한글날 연휴까지. 올해 하반기에는 황금연휴를 겨냥한 한국 영화가 쉴 틈 없이 쏟아져 나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판타지, 코미디,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들의 영화들이 개봉했기에 고르는 재미 또한 선사했다. 하지만 흥행은 별개의 문제였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사진=CJ ENM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사진=CJ ENM


◇추석 3파전 강자 '천박사'? 진정한 승자는 '30일' = 지난달 27일 동시 개봉한 '거미집'(감독 김지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은 추석을 겨냥하며 관객들을 한껏 유혹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거미집'이 30만 9851명, '1947 보스톤'이 92만 3918명을 동원한 가운데 강동원을 전면으로 내세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85만 8413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로서 추석 3파전의 승자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됐다.

하지만 이후 한글날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30일'의 경우 기세부터가 남달랐다. 기존의 코미디 관념을 바꾼 신선한 서사가 담긴 '30일'에 관객들은 반응하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탄 '30일'은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24만 6079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인 160만 명을 코앞에 둔 상태다. 앞서 언급한 추석 3파전 모두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 상영을 부단히 하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앞둔 '30일'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화 '30일' 포스터 /사진=마인드마크영화 '30일' 포스터 /사진=마인드마크


◇ 입소문에 지갑 열렸다...'30일' 운 좋은 영화 아냐 =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요즘, 정말 '재밌는' 영화가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 관객들에게 작용하는 가장 큰 요소는 '입소문'이다. 지난 6월 개봉 이후 입소문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여 박스오피스 차트를 역주행하며 최종적으로 약 723만 명이라는 누적 관객 수를 달성한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의 경우가 그러하다. 남녀노소 관객들을 저격한 작품인데다 흥미진진한 캐릭터들의 서사, 사랑스러운 작화가 더해져 높은 작품성을 보여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에 단순히 쟁쟁한 추석 3파전이 지나간 이후 대작들을 향한 관심이 소강된 상황에서 개봉된 새로운 영화들이 잘 됐다고 말하기에는 섣부르다. '30일'과 한 주 차이로 개봉한 '화란'(감독 김창훈)의 경우 지난 11일 개봉 당일에도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1위의 '30일'의 벽을 넘지 못했고 누적 관객 수 또한 17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17만 7223명에 그쳤다. '30'일과는 흥행 기세 자체가 다르기에 섣불리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결과다.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포스터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포스터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진짜' 재밌는 영화만 살아남는다...도태된 영화 거절하는 관객들 = 한 가지 확실한 건 흥행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낮은 작품성을 지닌 영화는 참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박스오피스 결과의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던 영화는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의 이야기다.

다른 작품이야 어느 정도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췄고 유수의 영화제에서 인정을 받은 바 있지만 이 작품은 대중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16만 6617명을 겨우 달성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의 평점은 반 토막을 넘어서 메인 포털인 네이버에서는 3.87점, 다음에서는 3.2점을 기록했으며 평론란은 혹평으로 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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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은커녕 관객들의 '보지 말라'는 경고에 가까운 평론들을 보아 앞으로의 좌석 판매가 쉽사리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진짜' 재밌는 영화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 온 것을 증명하는 이 결과는 앞으로도 역주행의 영광은 영화 자체가 가진 힘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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