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자의 눈] ‘약속의 땅’에서 지켜지지 않는 약속


백주연 국제부 기자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 현재 이스라엘 영토 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불리는 이곳은 역설적이게도 ‘중동의 화약고’가 돼 수천 명이 죽어나가고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선택받은 백성 이스라엘과 이방인 팔레스타인의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한 처절한 다툼은 3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양측이 벌인 수많은 전쟁 속에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싸움을 꼽으라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을 빼놓을 수 없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블레셋’은 크레타섬 출신의 해양 민족이었다. 이들은 유다산맥으로 이어지는 베들레헴 근처 능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위해 산악 지역에서 무리지어 살아가는 이스라엘을 쫓아내야 했다. 당시 블레셋의 영웅이 거인 골리앗이다. 모두 골리앗을 두려워하며 도망가기 바빴던 때에 이스라엘의 양치기 목동 다윗이 가죽 투석기와 돌멩이 여러 개를 들고 자원해 돌팔매질로 골리앗을 쓰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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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변변한 무기도 없는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가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며 서방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군을 향해 돌을 던진다.

영토 회복을 두고 수천 년간 쌓여온 서로의 원한 아래 수많은 약속은 휴지 조각이 됐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인의 몫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지상전을 감행할 경우 붙잡은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다. 이스라엘은 물과 전기를 끊으며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전쟁 중 체포된 적국의 포로에게도 음식과 구호품을 제공하고 전시 상황에 민간인을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우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은 온데간데없다. 1993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과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 총리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만나 영토 내 서로의 공존을 보장했던 ‘오슬로 협정’의 약속도 무시된 지 오래다. 아라파트 의장과 라빈 총리에게 수여된 노벨평화상이 무색해졌다.

이스라엘 유대교와 팔레스타인 이슬람교 지도자들이 그동안 세웠던 협정을 파기한 채 야훼(알라)가 주신 경전 말씀(구약)에만 집착하며 극단적이고 잔악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약속의 땅’에는 살려 달라는 아우성만 가득하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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