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에서는 반도체와 슈퍼컴퓨터가 데이터만큼 중요합니다. AI 패권 전쟁은 반도체 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할 겁니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경제TV 개국 15주년 특별포럼-AI의 진화, 비즈니스의 미래’의 기조 강연자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간 생성형 AI가 세계의 산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에 수백만 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장착한 슈퍼 AI 컴퓨터가 필요하다”며 “그 때문에 반도체와 슈퍼컴퓨터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생성형 AI의 활용성에 대해 “피카소나 이세돌을 비서로 두고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런 사람을 비서로 둔 개인·기업·국가와 그렇지 않은 곳의 경쟁력 격차를 생각해보라”면서 “이 때문에 생성형 AI 기술을 놓고 (글로벌) 패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그 승패는 반도체와 슈퍼컴퓨터가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불리한 위치가 아니라고 했다. AI의 발전을 위해서는 계산을 맡는 GPU와 이를 기록하는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성장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현재 AI 기술은) 계산은 빨리 하지만 결과를 받아 적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며 앞선 HBM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래 AI 발전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포럼에서 또 다른 기조 연설자로 나선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한국만의 초거대 생성형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 센터장은 “초거대 생성형 AI는 삶과 일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핵심 요소가 됐다”며 “AI 자체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지 않는 사람이 대체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생성형 AI를 우리의 능력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 센터장은 AI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기술이 외국에 종속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 AI 기업들과 저작권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초거대 생성형 AI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해 기술 종속 상황을 피해야 한다”며 “기술 종속 상황에서는 초거대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한국 기업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그 피해는 우리 기업에 고스란히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 센터장은 AI 생태계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기업, 더 나아가 국가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규제가 아닌 생태계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에는 정관계·학계·문화예술계·재계 인사와 기업 관계자 300여 명이 참가했다. 참석자들은 강연 청취 외에도 열띤 질문과 토론을 통해 AI가 바꿀 미래상을 전문가들과 함께 조망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축사에서 “데이터 관련 규제 등 AI 발전을 막는 장애 요소가 많다”며 “AI 생태계 발전을 위해 규제 개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