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으로만 8000억 원에 이르는 이자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고작 1600억여 원의 이자만 지급해 예탁금 이용료율을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20곳(미래에셋·메리츠·삼성·신한·키움·하나·한국투자·NH투자·KB·유안타·유진·DB금융투자(016610)·교보·대신·SK·이베스트·카카오페이(377300)·토스·하이투자·현대차증권(001500))은 올 상반기 고객 예탁금으로 7933억 원의 이익을 냈다. 이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맡긴 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예치해 얻은 수익이다. 증권사들이 같은 기간 고객에게 지급한 예탁금 이용료는 전체 이익의 20.7%인 1641억 원에 그쳤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016360)이 가장 많은 1274억 원의 예탁금 이익을 올렸다. 삼성증권은 이 중 157억 원만 고객에게 돌려줬다. 삼성증권의 6월 말 기준 예탁금 이용료율은 0.4%다. 상반기 예탁금 이익은 삼성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증권(006800) 1140억 원(고객 지급액 331억 원·이용료율 0.6%), 키움증권(039490) 1091억 원(115억 원·0.25%), KB증권 786억 원(242억 원·1.03%), 한국투자증권 770억 원(161억 원·0.4%), NH투자증권(005940) 698억 원(147억 원·0.5%) 등 순으로 많았다.
증권사들이 예탁금으로만 천문학적인 돈을 번 것은 최근 고금리 기조에 따라 증권금융의 이자율이 꾸준히 오른 때문이다. 2020년 12월 말 연 0.78%던 증권금융의 이자율은 올 6월 3.69%로 2년 6개월 사이 2.91%포인트 올랐다. 이에 힘입어 증권사 예탁금 이익도 2020년은 3913억 원, 2021년은 4661억 원, 지난해 1조 725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각종 금리가 올랐지만 증권사가 고객에게 예탁금 사용 대가로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여전히 0%대에 머물고 있다. 20개 증권사의 고객 예탁금 이용료율 평균은 2020년 12월 말 0.15%에서 올 6월 말 0.46%로 0.3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증권사가 고객 돈으로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금리가 오른 만큼 이용료율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시장금리 변동분을 반영하기 위해 매 분기 1회 이상 예탁금 이용료율을 재산정하도록 하는 ‘예탁금 이용료율 모범규준’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