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들은 삼성의 미래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리타 맥그래스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는 “삼성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경영’을 승계하는 동시에 현 시점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며 영원한 위기 정신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꾸준한 연구, 조직 내 투명한 정보 공유, 미래 기회 발굴 중심의 리더십 확보 등을 주문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기업의 경쟁 우위에는 수명 주기가 있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경쟁 우위는 지속되지 않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기업 혁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싱커스 50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바 있고 ‘경쟁 우위의 종말’ 등의 저서로 베스트 셀러 작가로서도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연사로 참석해 삼성이 지금의 신경영 체제를 한층 더 발전시키려면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쟁사보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위 시간당 더 많은 실험을 수행해야 하는데 실험 횟수를 늘리려면 의사 결정 과정을 최소화하는 ‘초고속’ 조직을 꾸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그리스 교수는 “직원들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끝없는 보고의 굴레를 탈피할 수 있다”며 “(상사의) 허용이나 허가 없이도 민첩하게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비허가성’ 조직이 향후 조직 관리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과거 신경영 체제를 수립하면서 가졌던 신념과 통찰력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이 선대회장은 디지털 혁명이 오기 전인 1990년대부터 어떻게 혁신을 하는 것인지를 깨닫고 있었다”고 평가한 뒤 이 선대회장의 끊임 없는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실제 이 선대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회사 임직원들에게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 혁신과 변화를 주문한 유명한 일화 역시 신경영에 대한 그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맥그래스 교수는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폐업할 지경이라는 생전 이 회장의 어록이 기억난다”며 “이 회장은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더욱 용감하게 투자하고 투철한 실험 정신으로 실패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마음가짐을 지닌 분”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