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희귀질환은 처음" 삼성에피스, 이유 있는 자신감…유럽서 빅파마와 '직판' 경쟁

연매출 5조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

7월부터 독일·이탈리아·스페인서 직접 판매 시작

창사 이래 첫 직판 전환으로 판매이익 극대화 노려

경쟁사 위기로 시장 선점…'솔비톨' 미첨가도 강점

유럽에서 판매 중인 '에피스클리' 제품 사진. 사진 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유럽에서 판매 중인 '에피스클리' 제품 사진. 사진 제공=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연매출 5조 원 규모의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직판(직접 판매)에 돌입했다. 바이오의약품 시장 강자로 꼽히는 암젠이 오리지널사와의 특허 문제로 주춤하는 사이 바이오시밀러 첫 제품을 발매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7월 독일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에피스클리(성분명 에쿨리주맙)'의 판매에 나섰다. 연말까지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5개국에 발매한다는 목표다.

관련기사



에피스클리는 2022년 기준 약 5조 원(37억 6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인구 100만 명당 15명 꼴로 발생하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에 처방된다. PNH는 보체시스템에 의해 적혈구가 깨지면서 주로 야간에 용혈(헤모글로빈이 혈장으로 빠져나옴) 현상이 생겨 혈뇨 증상이 나타나는 극희귀병이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보체 시스템에 직접 작용하는 솔리리스를 투여하면 일반인과 비슷하게 생존할 수 있지만, 약값이 연간 약 4억~5억 원에 달해 바이오 시밀러 등 대안이 절실했던 실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 5월 '에피스클리'의 유럽 허가를 받으며 전 세계 두 번째로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회사 이름을 연상케 하는 제품명을 붙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 참석해 첫 단독부스를 차리고 현지 의료진들과 스킨십하는 등 공을 들였다. 희귀질환은 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다른 의약품 시장과 특성이 다르다. 환자 수가 극소수인 데다 질환을 다루기가 어려워 유럽 전역에서 처방의사가 손에 꼽을 정도다. 연구개발(R&D)에 자체 역량을 집중하는 대신 현지 유통과 판매를 바이오젠, 오가논 등 해외 파트너사에 맡기던 기조에서 벗어나 직판 체제로 전환한 배경은 이러한 시장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자체 판매망을 통해 제품 공급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판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을 내린 셈이다. 독일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의를 거쳐 다국적 제약사에서 현지법인장을 역임하는 등 유럽 시장에 정통한 박상진 커머셜본부장(부사장)이 진두지휘하면서 직판 체제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경쟁사인 암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한달 일찍 ‘베켐브’를 허가 받았지만 오리지널사와의 특허 소송으로 제품 홍보 마케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켐브와 달리 솔비톨(Sorbitol)이 첨가되지 않은 것도 에피스클리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럽의약품청(EMA)이 최근 솔비톨을 비롯해 과당 전구물질이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권고하면서 베켐브는 과당 불내증(HFI) 환자에 대한 투여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영유아는 HFI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사실상 처방에 치명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가격 부담으로 처방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아 대안이 시급하다는 현장 요구가 높았다”며 “바이오시밀러의 궁극적인 가치인 환자 접근성 확대와 의약품 미충족 수요 해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