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규제로 中 반도체 장비 점유율 ↑…시진핑 '기술 자립' 가까워지나

1~8월 中 파운드리 입찰 중 47% 자국 업체가 따내

中 장비 제조업체 매출도 올 상반기 전년비 39% ↑

"기업들, 외국산 장비 중국산으로 바꿀 수 있나 테스트"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로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자국 내 점유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9일 화타이증권의 조사를 인용해 올해 1~8월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의 전체 장비 입찰 중 47.25%를 현지 장비업체들이 따냈다고 보도했다. 올해 3~4월 중국 장비업체들의 낙찰 비율은 36.3%이었는데 7~8월에는 두 배에 가까운 62%로 늘었다.



또 중국 시장조사업체 CINNO에 따르면 중국 상위 10대 장비 제조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장비 관련 매출은 2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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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여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인공지능(AI) 칩 등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나아가 미국은 이 규제에 대한 최종 규정을 이달 17일 발표하면서 AI 칩에 대한 규제도 원래 규정보다 강화했다. 한 소식통은 "현재 파운드리 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외국산 장비를 중국산 장비로 바꿀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며 "(중국산) 장비가 요구에 맞아떨어지면 모두 바꾼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술 자립'을 촉구한 상황이어서 중국 반도체 관련 업체들의 경쟁력은 빠르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식각(에칭)과 세정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의 장비 생산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AMEC의 일부 장비는 첨단 반도체로 분류되는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기술을 사용하는 반도체의 생산라인에 투입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반도체 분석가는 중국 반도체 장비의 수준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2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점유율을 늘려가기 힘들 것으로 꼽히는 반도체 관련 분야도 적지 않다. 반도체 기판에 회로 패턴을 새겨넣는 작업인 노광 공정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는 자국의 ASML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 EUV 노광장비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꼽힌다. 미국은 나아가 하위 성능의 일부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의 중국 유출도 막았다.

실제로 올 들어 8개월간 중국 업체의 노광 장비 관련 낙찰은 1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네덜란드에서의 관련 부품 수입액은 올해 1~8월에 33억 달러로 전년 대비 81.2% 증가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은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 화웨이와 SMIC는 DUV 장비를 고도화해 화웨이 스마트폰용(메이트60 프로) 7나노 칩을 만든 것으로 나타나 파장을 일으켰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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