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세계 15대 자동차 기업의 친환경 성적을 평가한 결과 스즈키(일본), 토요타(일본), 창청자동차(중국)가 하위권을 차지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독일, 41.1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지구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9위로 중하위권에 자리했다.
19일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 작업을 총괄한 에이다 콩 그린피스 홍콩사무소 프로그램 부국장은 “토요타, 폭스바겐, 현대기아차와 같은 거대 자동차 제조업체는 빠르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2022년 세계 상위 15개 자동차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자동차 중 무려 94%가 여전히 화석 연료로 운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2021년부터 매년 자동차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탈내연기관 계획, 공급망 탈탄소화, 자원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 제고 그리고 기타 문제점을 기준으로 친환경 성적을 매기고 있다. 자동차 전 생애 배출량에 따르면 주행 중 배출량(TankToWheel)이 전체 배출량의 최대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기차 판매량 및 탈내연기관 목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부과된다.
그린피스는 마크라인즈(Marklines, 전세계 약 2900개 기업이 사용중인 세계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의 자료와 각 기업의 공식 발표 및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했다.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과 향후 계획을 평가한 뒤 종합 평점을 매겼다. 올해는 총 판매량을 기준으로 조사 대상 기업 5개가 추가되어 중국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평가 대상에 포함되었다. 선정된 15개의 자동차 기업들은 2022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74%를 차지한다.
현대기아차와 창청자동차의 SUV 판매량은 각 회사의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SUV는 높은 철강 소비량과 낮은 연비로 인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세단형 차량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다른 기업에 비해 지난 5년간 전기차 판매 속도가 더뎌 2045년 탄소중립이라는 기업 목표와 배치됐다.
홍혜란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전기차 전환을 선도한다고 말하는 현대기아차는 3년 동안 친환경 평가에서 중위권에 머물러있다.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과 SUV에 집중하는 경영 전략으로는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미래차 산업의 퍼스트 리더로 도약하긴 어렵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공급망 탈탄소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스즈키는 지난해 전기차를 한 대도 판매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공급망 탈탄소 목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외 닛산, 토요타 모두 10위권 밖에 밀려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 기업 토요타는 전기차 전환 미흡 및 목표가 부재한 점이 가장 큰 감점 요인이었다.
최상위권을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탈내연기관 및 공급망 탈탄소화 계획 등에서 다른 기업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두 자동차 기업 모두 내연기관차 판매 비중이 높아 1.5도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도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평가 대상 기업 중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가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했다. 2022년 15개 기업이 판매한 전기차 4대 중 1대 이상이 상하이자동차였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생산 및 철강 등 자재 조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목표가 부재했다. 최하위를 차지한 창안자동차(12위), 창청자동차(14위)도 전기차 전환 점수는 높았지만, 상하이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공급망 탈탄소화와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에 대한 계획이 적어 순위가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