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사장단을 소집해 향후 경영 전략을 점검했다. 기흥캠퍼스는 삼성 반도체가 태동한 곳이자 이 회장이 지난해 10월 27일 회장에 취임한 뒤 처음으로 방문한 사업장이기도 하다. 취임 1주년을 앞둔 이 회장이 반도체 ‘초격차’에 다시 한 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올해만 세 번째 반도체 현장을 방문했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경계현 DS 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수행할 곳으로 2030년까지 약 20조 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현장이다.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R&D 성과에 사실상 삼성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이 회장이 매년 이곳을 찾는 이유다. 기흥 단지는 연구는 물론 생산까지 한꺼번에 이뤄지는 게 가능해 첨단 기술 개발의 결과를 양산 제품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이 회장은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 현황을 보고 받은 뒤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등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첨단 공정 개발 현황과 공급망 대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메모리 세계 1등인 삼성전자는 현재 경쟁 업체에게 다소 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주도권을 찾아오는 한편 4나노(㎚·1㎚는 10억분의1m)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서 라이벌인 대만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미래 메모리로 불리는 지능형반도체(PIM)와 프로세싱니어메모리(PNM) 기술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는 것도 또 다른 과제다.
이 회장은 경영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기술에 대한 현황을 보고 받은 뒤 “대내외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시장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술로 위기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지가 투영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수조 원의 적자가 났지만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선행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기흥캠퍼스(20조 원 투자)뿐만 아니라 3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첨단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이 회장은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년 전 기흥캠퍼스를 방문했을 때도 “차세대뿐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한편 사장단 회의 직후 곧장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 참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반도체와 같은 이 선대회장의 경영 유산은 물론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사회공헌에 대한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