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중동사태 도저히 예측 안돼"…만장일치 깨고 1대5로 쪼개진 금통위

■향후 인하 가능성 첫 언급

4·5·7·8월 회의 의견 일치했지만

전황 불확실에 금통위원 1명 이탈

금리인상기 이후 첫 비둘기파 등장

유가 8월부터 전망치 훨씬 웃돌아

금통위원 5명은 '추가 인상' 방점

시장선 "매파 강도 더 세져" 해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19 사진공동취재단




19일 기준금리를 6연속 동결한 금융통회위원회의 판단은 이전과 달랐다. 직전에는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이른바 ‘매파적 동결’로 똘똘 뭉쳤던 금통위는 이번엔 1대5(이창용 총재 제외)로 쪼개졌다. 한 명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반대로 내릴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만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동안에도 중국 경제 부진, 가계부채 증가, 새마을금고 불안 등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개방경제인 우리에 체급이 다른 대형 악재다. 중동 사태에 따라 물가·성장 모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금통위원들의 의견도 갈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준금리 결정 후 간담회에 참석해 중동 사태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며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이 총재는 “지난 몇 번의 회의와 비교하면 이번엔 불확실성이 굉장히 커졌기 때문에 개별 위원들이 어디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하는지에 따라 논의 과정이 길어졌다”며 “지난 몇 차례 회의에서는 모든 것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는데 이번엔 그렇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인상과 동결) 어느 한쪽이 맞는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금통위원 6명은 4·5·7·8월 회의 때마다 금리 동결 결정과 추가 인상 필요성 모두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번에는 한 명이 기준금리를 위로도 아래로도 모두 여지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자는 의견은 아니다”라고 추가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금통위원 입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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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가 예측하기 어려운 또 다른 대형 변수는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4.9%를 넘어서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중동 사태와 연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미 연준이 앞으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지를 두고 시장 반응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의 새 등장에도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중립적 또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먼저 이탈표의 등장에도 나머지 금통위원 다섯 명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여전히 절대 다수다. 이들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는 자체를 반대했다. 이들 중 한 명은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강성 매파 색채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높아진 유가와 환율의 파급 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주목할 포인트다. 이미 브렌트유 가격은 8월(86.6달러)과 9월(92.6달러)에 이어 10월(88.1달러, 18일 기준)까지 한은이 앞서 전망한 하반기 평균 가격 배럴당 84달러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중동 사태가 대규모로 확전돼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내년 말보다 늦어져 금리 인하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총재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기조 논의에서 한국은 예외라고 했던 건 중장기적 과제를 의미한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10~20년 뒤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중립금리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당장 1~2년 사이 금리 조정에 영향을 주기 위해 포석을 깔아둔다는 것은 과도한 반응”이라고 부연했다. 성장 잠재력 하락 우려가 내년 완화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나오자 이를 일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총재는 “중동 사태로 물가가 예상 경로를 벗어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된다면 금통위원 다섯 명은 심각하게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등장했으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파적이고 이전보다 매파 강도가 더 높아졌다”며 “통화정책 불확실성 기조는 여전해 연말까지 시장 변동성 확대는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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