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13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모래 성분인 ‘석영’ 알갱이가 우박처럼 세차게 쏟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기에 석영 입자가 섞인 외계행성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외계행성 ‘WASP-17b’ 대기에 석영, 즉 이산화규소로 구성된 미세한 입자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실렸다.
지구에서는 흔한 석영은 땅에 널리 분포하며 해변의 모래와 건축용 석재에 포함된 성분이다. 석영은 유리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WASP-17b의 경우 석영이 대기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달린 적외선 장비를 통해 WASP-17b를 관측했다. 그 결과 이 외계행성의 대기에 100만분의 1㎝ 크기의 작은 석영 입자들이 다량으로 둥둥 떠다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석영이 대기 중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은 WASP-17b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대기 중에 석영과 화학적으로 비슷한 마그네슘이 포함된 규산염을 품은 외계행성만 발견됐을 뿐이다.
WASP-17b는 지구에서 13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으로 빛의 속도로 1300년이 걸린다. 이 행성은 부피가 목성의 7배에 이를 정도로 크며, 주로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가스 행성이다.
WASP-17b에서는 지표면 온도차 때문에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연구진은 석영이 이 바람을 타고 지상에서 시속 수천㎞로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했다. 세찬 우박이나 소나기가 내리는 격이다.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그랜트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원은 “WASP-17b의 대기에 구름 등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가 떠다닐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성분이 석영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WASP-17b 대기 속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석영이 있는지는 추가로 분석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