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원이 되질 않아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대상포진 예방백신의 접종 가격이 의료기관별로 최대 15배까지 차이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접종 가능한 대상포진 예방접종 백신의 공급단가는 물론, 같은 백신이라도 의료기관별 예방접종 가격의 편차가 컸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대상포진 예방접종 백신은 3종이다. 한국MSD의 '조스타박스'가 10년 넘게 시장을 독점하다 2017년 말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스카이조스터'가 출시되며 경쟁 체제가 형성됐고, 작년 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가 출시되면서 3개 제품으로 늘었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예방접종료를 정하다 보니 병원마다 예방접종료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김 의원실이 정부부처 제공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조스타박스주의 예방접종 평균가는 16만 6028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이 백신의 접종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23만원이었는데, 가장 저렴했던 곳에서는 1만5천원에 맞을 수 있었다. 의료기관별로 무려 15배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조스타박스주의 2022년 접종 평균가는 16만 5471원에 최저 9만 원, 최고 40만 원이었다. 올해(평균가 16만5천462원)는 최소 7만 원∼최대 40만 원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이 개발해 공급하는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예방접종 평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격차이도 적었다. 2021년 기준 스카이조스터주의 예방접종 평균가는 14만6358원으로 조사됐다. 최저가는 4만 원, 최고가는 6배 가량인 23만 원이었다.
작년과 올해 스카이조스터주의 예방접종비는 평균 약 14만6000원에 최저 8만 원, 최고 30만 원이다.
예방접종 가격의 편차가 벌어진 데는 백신 공급단가 차이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카이조스터주의 평균 공급단가는 매년 7만7000원 안팎이었다. 이 기간 가장 비싸게 공급받은 곳은 연도별로 각각 34만1000원, 16만1000원, 15만 원에 백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조스타박스주 평균 공급단가는 대체로 9만 원 초반이었는데, 연 도별 최고 공급가는 17만 원, 16만 원, 18만 원으로 달라졌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싱그릭스의 경우 1회 접종료가 25만~30만 원으로 나머지 두 제품보다 10만 원가량 높게 측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백신과 달리 2번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접종자들의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진다. 정부는 대상포진을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백신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만 연구 결과가 나오더라도 재정 부담과 다른 백신과의 우선 순위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도입 시점은 기약하기 힘들다.
앞서 이달 11일 지영미 질병청장은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대상포진도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고려하는 백신 중 하나"라며 "대상포진 백신도 비용효과성을 분석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상포진 예방접종 필요성을 느끼는 국민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아무리 비급여 항목이라고 하더라도 심평원 등 관련 기관들이 시급히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평원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2020년 72만4천명, 2021년 72만5천명, 2022년 71만2천명이었다. 올해는 8월까지 51만명이 대상포진을 앓았다. 질병청은 2020∼2022년에 172만명이 대상포진 접종을 했을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