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직 회장은 기조강연에서 “시도와 시군구에는 직접민주제도도 있고 단체장, 지방의원도 직선한다. 그러나 읍면동에서는 직접민주제와 간접민주제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 동장, 통장 모두 시군구 단체장의 대리로 있어 민주주의 사각지대다. 읍면동, 통리의 행정-정치-사회민주화를 해야 한다”라며 이에 대한 대안적 개념으로 이스라엘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의 개념을 빌어 ‘품위 있는 사회’를 제시했다.
전 회장은 “품위 있는 사회가 되려면 사회제도가 구성원들에게 모욕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읍면동에 품위가 있는가? 행정이 독재하고 있고 정치와 행정이 암묵적 공간에서 합의해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주민자치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주민자치 본질은 주민이 잘 먹고 잘 살고 잘 노는 것이다. 주민자치의 조건은 분권과 자치로 ‘주민이 구역을 나의 마을로 승인하고, 주민을 나의 이웃으로 승인하고, 마을일을 나의 일로 승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특히 “주민자치는 행정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행정조직이요 정치적 속성을 가지면서도 비정치조직이요. 재정을 필요로 하면서도 비영리조직이요 고유의 목적을 가지면서도 지역보편조직이다. 정치-행정-개인-시장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주민자치회”라며 “주민자치는 민주제의 실천이며, 주민과 마을의 생활관계를, 주민들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계”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윤왕희 선임연구원은 “주민자치의 역동성과 지속가능성 담보를 위해 새로운 정치적 기획인 지역정당(로컬파티)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읍면동이 민주화 되어야 하는 이유는 생활자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국가 수준의 민주주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한 “풀뿌리공간에서 민주주의가 제도 및 설계 되어 있고 그에 따라 주민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주권자로서의 실천을 경험할 수 있어야 중앙권력 내지 국가공동체의 민주주의 훼손도 막을 수 있는데 주민자치의 정치적 중립 혹은 탈정치화의 모순은 로컬파티를 통해 주민들의 정치 참여 및 기회 확대로 해소시킬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통리 단위서 주민총회형 주민자치회 모델을 실시하여 주민자치위원의 대표성 확보가 필수되어야 하고 읍면동 단위에서의 로컬파티와 주민자치회 경험 축적은 민주주의 진전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수 교수는 토론을 통해 “중앙이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획일적인 행정 단위로서 기초자치단체 역할에서 벗어난 읍면동 주민자치가 강화되어야 한다”며 “단체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이제는 주민 중심 패러다임으로, 행정집행형에서 정치의사결정형으로 전환할 때”라고 전했다.
조성호 위원은 토론에서 “중장기적으로 읍면 단위에서는 읍면장은 직선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시 및 구의 하부행정 계층으로서 동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폐지하고 협의회형 주민자치회를 설치,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진정한 주민자치는 근린공동체 단위인 통리 단위에서 가능한 만큼 통리장 직선제 부활 등을 통해 통리 수준의 주민자치를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진원 교수는 토론을 통해 “보편성 실현을 강조하는 지역정당을 허용한다면 전국정당은 전국선거와 지방선거 모두 후보를 공천할 수 있고, 지방정당은 지방선거에만 공천할 수 있도록 하게 되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읍면동 민주화를 위해 기초선거단위에서 중앙당 공천제 폐지와 지역주민 공천제제도화를 제안할 필요도 있다. 시군구 기초선거에 중앙당 공천제를 폐지, 마을주민정치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