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종 원인균' 저격수…더 강력해진 신종 폐렴구균 백신 온다

5세 미만 소아·65세 이상 고령자

단백결합 백신 등 무료접종 받지만

혈청형 가짓수 적어 감염 증가세

해외선 효과 뛰어난 15·20가 나와

국내에도 '박스뉴반스' 도입 눈앞

한국MSD, 이르면 연내 들여올듯

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회, 12~15개월에 1회 등 총 4회 접종이 권고된다. 이미지투데이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회, 12~15개월에 1회 등 총 4회 접종이 권고된다. 이미지투데이




미국 유학생활 중 잠시 한국에 들어온 서경아(33·여) 씨. 태어난지 6개월이 된 딸의 예방접종 스케줄을 챙기느라 진땀을 뺐다. 폐렴구균 백신은 생후 2, 4, 6개월에 3회, 12~15개월에 1회 등 총 4회 접종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이다. 서씨는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생후 2개월부터 두 차례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마쳤는데 한국에서 3차 접종을 하려고 보니 같은 백신을 맞힐 수 없었다. 미국에서 접종한 15가 폐렴구균 백신이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서 씨는 “미국에서는 더 최신 제품으로 보다 많은 원인 균을 막아준다는 15가 백신을 맞혔는데 한국에는 13가 백신 접종만 가능하다고 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곧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중간에 백신 종류가 달라져도 새로운 균을 예방하는 효과가 충분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2014년부터 폐렴구균 백신 접종 의무화…소아 NIP 완전접종률 96% 달해


폐렴구균은 폐렴·부비동염·중이염 등 비침습성 감염부터 수막염·균혈증 등 침습성 감염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다. 심한 경우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국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하는 폐렴 역시 세균성 질환의 약 27~44%가 폐렴구균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에서도 감염 위험과 치명률이 높다. 2019년 전 세계 74만 명의 소아청소년이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21년 기준 10세 미만 소아청소년 10만 명당 6명 정도가 폐렴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2014년 5월부터 폐렴구균 백신을 NIP에 포함하고 5세 미만의 소아와 65세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1회당 10만 원이 훌쩍 넘었던 접종비 부담이 대폭 줄었다. 소아 예방접종은 해당 연령 뿐 아니라 노인 등 다른 연령대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국내는 폐렴구균 백신을 포함한 소아 NIP 백신의 완전 접종률이 96.1%로 높은 편이다.

관련기사



◇“맞아도 걸리던데?” 혈청형 포함한 백신 맞으면 예방 혜택 뚜렷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 국민이 체감했듯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백신은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일부분을 의도적으로 사람에게 집어넣어 방어물질(항체)을 미리 만들어 놓는 개념이다. 실제 바이러스나 세균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항체가 이들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지만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경과하면 항체가 적어져 실제 방어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폐렴구균은 현재까지 밝혀진 혈청형만 100여 개에 이르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백신에는 폐렴구균질환을 주로 일으킨다고 알려진 소수 혈청형만 포함되어 있다. 혈청형은 감염병을 유발하는 세균의 특성에 따라 번호를 붙인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후 2개월~5세 미만의 소아가 접종 가능한 13가 단백결합 백신인 ‘프리베나13’와 10가 단백결합 백신 ‘신플로릭스’는 각각 폐렴구균 혈청형 13개와 10개를 포함한다. 산술적으로는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 가짓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원인균에 의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예방 혈청형 가짓수가 많은 것 뿐 아니라 어떤 혈청형을 포함하는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리베나13은 신플로릭스에 포함되지 않은 폐렴구균 혈청형 3·6A·19A를 추가로 포함한다.

◇ 해외에서는 혈청형 늘린 폐렴구균 백신 맞는데…국내는 하세월


그런데 최근 보고에 따르면 기존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에 의한 감염증이 줄어들고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에 의한 감염증이 증가하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포착된다. 질병관리청이 2018~2022년 국내 소아폐렴 환자의 호흡기 검체에서 분리된 폐렴구균의 혈청형 분포 현황을 살펴본 결과 87.9%는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혈청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은 9.5%에 그쳤다. 달라진 원인균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 도입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새로운 감염 원인으로 꼽히는 주요 혈청형이 포함된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MSD의 15가 단백결합 백신 ‘박스뉴반스’는 기존 13가 백신보다 2개 혈청형(22F·33F), 화이자의 20가 단백결합 백신 ‘프리베나20’은 7개(8·10A·11A·12F·15B·22F·33F)가 많다.

◇ 15가 폐렴구균 백신 곧 허가될 듯…NIP 도입 기대감도 솔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세 미만 소아 등을 대상으로 15가 또는 20가 단백결합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예방 범위가 보다 넓은 백신이 허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MSD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박스뉴반스’ 허가를 신청했다. 빠르면 연내 도입도 가능해 보이는데 허가가 된다고 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폐렴구균 백신이 무료접종 대상이라 NIP에 포함되기 위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올 하반기 ‘프리베나20’ 허가를 신청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2027년 임상 결과 확보를 목표로 21가지 혈청형을 포함하는 폐렴구균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최영준 고대안암병원 소아감염분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최영준 고대안암병원 소아감염분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


최영준 고대안암병원 소아감염분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96% 대의 소아 완전 접종률을 보이는 등 감염병 예방 체계가 잘 이뤄져 있다”며 “폐렴구균성 질환의 원인 혈청형이 변화하는 추세에 발맞춰 신속하게 예방 옵션을 마련한다면 사회적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