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사업 50년만에 올 첫 적자"…경기침체·3高 겹쳐 최악 위기

[회생 추월한 파산]

◆ 사상 첫 데드크로스 발생

위니아 등 강소기업도 회생신청

유망 스타트업까지 파산사례 속출

CCC+등급 이하 기업대출 20%↑

문닫는 中企 앞으로 더 늘어날 듯

배드뱅크 활성화 등 긴급조치 필요





“가격이 저렴한 제품은 중국산에 밀리고 기술력과 품질이 높은 제품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쓰지를 않습니다. 제품을 아무리 만들어봐야 납품할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내년에도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변기·욕조 등 화장실 관련 부품과 제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재 기업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 같다는 말을 할 때는 깊은 절망감마저 전해졌다.

중소기업계는 미래에 대한 희망은커녕 생존을 장담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주소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대출 연체 등 자금난이 영세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중에서도 사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줄파산 공포가 어느 때보다 엄습한 상황이다.



2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제조업 중소기업의 기업 체감경기는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9월 제조업 중소기업 BSI는 63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9월에 기록한 58 이후 최저치다. BSI는 매월 기업경기 동향 파악 및 다음 달 전망을 위해 기업가의 현재 기업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치(100)를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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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제조 기업들의 파산·회생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위니아전자(옛 위니아대우)의 회생절차를 최근 개시했다. 위니아전자는 코로나19로 중국 공장이 폐쇄되며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에도 내수 침체 등으로 손실이 누적됐다. 2021년 영업손실은 175억 원이었고 지난해에는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수십 억 원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성을 인정받은 기업들도 파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1만 원 이하 가격에 샐러드를 배송하며 2021년 가입자 20만 명을 확보하고 60억 원을 투자받았던 스타트업 프레시코드는 올 7월 파산했다. 내수 위축으로 성장이 침체되면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해 영업적자가 누적된 데다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며 후속 투자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산재단은 8월 프레시코드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IP) 일부를 다른 기업에 매각했지만 100개에 달하는 채권 기업은 대부분 채무를 변제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도 위기다. 오늘식탁은 2021년 매출 173억 원을 기록하고 누적 투자금 168억 원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협력사 대금을 지불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을 실시하고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올 1월부터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6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으며 다시 수렁에 빠졌다. 오늘식탁의 감사인인 현대회계법인은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의 존속 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문제는 앞으로 폐업을 하는 법인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기업은행의 내부 신용등급별 기업대출 취급 현황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7월 말 기준 내부 신용등급 CCC+등급 이하 기업대출 잔액은 15조 340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보다 19.83%(2조 5388억 원) 증가한 수치다. C등급 이하 기업은 부실 징후 기업으로 분류된다.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적은 AAA~B등급의 기업대출은 216조 3468억 원에서 224조 1029억 원으로 3.58%(7조 7561억 원) 늘었다.

오동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은 “대출 이자 등 금융 비용 상승으로 중소기업들이 설비투자와 채용 등을 일제히 축소하는 분위기”라며 “영세 중소기업과 기업가형 소상공인 상당수는 다중채무인 경우가 많아 한군데에서 부실이 터지면 연쇄 도산 가능성이 있다. 배드뱅크 활성화 등의 긴급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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