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기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합병에 1조 9000억 엔(약 17조 1000억 원)을 대출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양사 합병에 따른 필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일본 3대 대형은행과 정책투자은행이 1조 9000억 엔을 대출해줄 방침”이라며 “자금 면에서의 기반이 갖춰져 합병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전했다. 양사는 이달 중 합병 최종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옥시아와 WD는 기옥시아에 간접 출자하는 SK하이닉스(000660)와의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 합병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기옥시아의 지분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주도의 한미일 컨소시엄이 56.2%, 도시바 40.6%, 호야 3.1% 순으로 갖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4조 원을 투자해 베인컨소시엄에 투자, 컨소시엄 소속 펀드 지분 일부를 손에 넣었다. 기옥시아와 WD의 합병에 SK하이닉스의 동의가 필요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두 회사의 합병이 향후 업계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낸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31.1%), 기옥시아(19.6%), SK하이닉스(17.8%), WD(14.7%) 순이다. 기옥시아와 WD의 합산 점유율은 34.3%로 삼성전자에 앞서게 된다. ‘2위 재탈환’을 벼르는 SK하이닉스에는 위기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