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가계부채, 집값 상승 기대감부터 잡아라

박성호 금융부 차장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니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거죠.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결국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줄여야 합니다.”

최근에 만난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가계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계 부채의 상당 부분이 집을 사기 위한 대출에 기인한 만큼 집을 사려는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얘기다. 이는 한 사람의 의견만은 아닌 듯하다. 적어도 금융권에서는 최근 주택 매수 심리 개선이 가계 대출 증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올해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는 5~6월이었는데 이는 KB국민은행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매매가격전망지수’가 본격적으로 개선된 시점과 얼추 맞아떨어진다. 또 다른 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시세 차익으로 1억~2억 원을 기대하는 사람이 0.1~0.2%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겁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지금 상황을 시장과는 달리 보고 있는 듯하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라면서도 “현재 가계 부채 문제는 시스템 위기가 아니다. 부동산 규제는 과거에 비해 완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급격한 대출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지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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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융 당국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자칫 집값 상승 억제 신호가 부동산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위태로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들이 타격을 입게 되고, 이는 우리 금융권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금리 시기에 대출 증가와 이로 인한 집값 상승은 향후 조그마한 충격이 왔을 경우 자산 가격이 붕괴되며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잃어버린 30년’으로 일컫는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이 지속되자 이례적으로 ‘자산 가격이 붕괴될 때 일본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일본 정부가 때를 놓치는 바람에 경제 위기가 더 장기화되고 고착화됐다는 지적인 셈이다. 우리 상황과는 차이가 있지만 핵심은 정책은 적절한 시행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 금융 당국에도 적용되는 지적이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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