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원 가까운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정부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서울보증보험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이 13일부터 5영업일간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참여 기관 대부분이 희망 공모가 범위(3만 9500~5만 1800원) 하단에 가까운 금액으로 주문을 넣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서울보증보험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상장 주관사단(미래에셋·삼성증권(016360))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해 23일 회의를 열고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보증 IPO는 지난달 말 진행된 홍콩·싱가포르 해외 로드쇼를 비롯해 수요예측 초반까지만 해도 흥행 기대감이 높았지만 수요예측 마감일인 19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4.97%까지 치솟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앞서 서울보증은 높은 배당 성향(2022년 50.2%)을 앞세워 배당주로서 매력을 알리는 IPO 전략을 구사했는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보는 상황에서 공기업 IPO에 대한 투자 매력이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주당배당금(DPS) 4050원에 희망 공모가 상단을 적용한 서울보증의 배당 수익률은 약 7.8%다. 실제로 수요예측 마감일 주문가를 하향 조정한 기관투자가들이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보증은 6월 말 기준 총 8조 원에 가까운 운용자산 중 75.6%를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규모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서울보증으로부터 보증을 받은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질 위험도 상존한다. 수익성이 악화하면 주주 배당금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예보의 공적 자금 회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보증이 희망 공모가 최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하면 공모액은 2757억 원, 기준 시가총액은 2조 7579억 원이 된다. IPO는 예보가 보유한 지분 6552만 8906주(93.85%) 중 698만 2160주를 구주 매출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발행 비용을 제외하고 예보가 손에 쥐는 현금은 2744억 원이다. 보유 지분의 약 10.7%를 팔아도 정부가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회수해야 하는 공적자금 5조 6364억 원(6월 말 기준)의 4.9%에 불과한 것이다.
다만 일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낮은 공모 가격이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예보는 5조 원 넘는 공적 자금을 회수하려 서울보증의 기업가치를 계속 높여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