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의 모든 참모는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나부터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국정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같이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연일 변화와 소통·민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절박한 자세와 불굴의 의지로 실천하는 것이다.
민생 소통 행보는 경제 살리기 성과로 나타나야 한다. 국정 운영 방향이 바람직하더라도 경제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경제정책 사령탑과 경제 관료 출신 대통령 참모들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이들은 현재의 경기 침체에 대해 해외의 경기 둔화와 문재인 정부 포퓰리즘 정책의 유산 탓으로 돌리면서 머지않아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웬만한 국가 중에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2% 초반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자화자찬성 발언을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파고 속에 기업과 국민들이 한숨짓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다. 경제 부처 책임자들이 ‘상저하고(上低下高)’ 같은 낙관론만 외치고 상당수 경제 관료들이 여야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의 태도를 보이니 맞춤형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현 정부가 내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계속 표류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장차관 등 고위 관료들은 현장 방문 일정을 잡고는 재탕·삼탕 정책만 내놓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보여주기식 ‘현장 쇼’에 그치면 민심은 더 악화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밋빛 낙관론을 접고 비상한 각오로 현장에서 소통하면서 규제 혁파 등 구조 개혁과 수출 확대, 경제 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민심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