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홍범도 국감장’ 된 육군본부…육참총장 “육사는 광복운동,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

여 “졸속 설치가 문제, 육사에 안 어울려”

야 “이전 중단해야…총장, 정신 차려”

23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23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는 육군사관학교가 추진하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홍범도 국감장이라 불러될 만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관련 질의로 열기가 뜨거웠다.



야당은 이념 논쟁을 멈추고 육사 내 홍범도 흉상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몰아 붙였다. 반면 여당은 흉상 설치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며 맞섰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흉상 이전에 대해 “절대 반대다. 홍범도 장군이 이념논쟁의 제물이 됐다”며 “민생에 주력하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발언의 취지에 따라 이념논쟁을 멈추고 이전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윤 의원은 2018년 3월 홍범도 흉상 설치가 당시 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흉상 제막식은 2018년 3월 1일이고 독립군의 역사를 육사 교육과정에 편입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는 그해 3월 22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지시로 흉상이 설치된 것이 아니다. 육사 스스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의원 시절 홍범도 흉상 이전 추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됐다. 신 장관이 작년 국감 때 육사 내 홍범도 흉상의 존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올해 7월 육사가 신 의원실에 대면 보고를 한 뒤에 육사 교장의 의견이 흉상 내부 이전에서 외부 이전으로 바꿨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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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권영호 육사 교장은 “그렇다 않다”며 육사 내 기념물 재배치 관련 태스크포스(TF) 설치 때부터 여러 이전 장소를 검토했다고 반박했다.

여당은 홍범도 흉상 설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따라 주먹구구로 추진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홍 장관의 공산주의 참여 이력을 고려할 때 육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로 흉상 이전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3월 1일 제막식이 있었고 이후 문 대통령이 참석한 그해 육사 졸업식 때 생도들이 흉상 앞에서 모자를 던졌다”며 “졸업식 행사에 맞춰 흉상이 제작됐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당시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연출했다고 알려졌다”고 했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이런 홍범도 흉상 설치 과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1개월 반 만에 설치된 점, 비예산 사업이었다는 점, 절차적 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하게 추진 것은 맞는 것 같다다”고 답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홍범도 장군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독립영웅이고 모두가 추앙하고 사랑한다”며 “그러나 육사에는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고 했다. 특히 박 총장은 성 의원이 ‘6·25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공산주의 침입에 맞서 싸운 전당(육사)에 공산주의 참여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놓는 것이 정당하냐’는 질문에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박 총장은 또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 설치가 (육사의) 대적관을 흐리게 했다고 보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질의에는 “일정 부분 흐리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육군총장이 헌법 정신을 부정하고 독립영웅을 부정하며, 일제에 항거한 역사를 지우는 것이 옳은가’라는 추궁에는 “육사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광복운동,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고 맞서기도 했다. 이에 안 의원은 “총장, 정신 차려”라며 질타했다.


계룡=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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