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문어발 확장에 위기 자초 "카카오 초심으로 돌아가라" [View&Insight]

'카톡 먹통' 1년 만에 총수 소환

허술한 리스크관리 경쟁력 약화

SM 주가조작 혐의 도덕성 논란

선택과 집중 통해 내수 한계 돌파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으러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주가 조작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짧게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자산 34조 원의 재계 순위 15위 대기업 총수가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60여명의 취재진이 금감원 로비를 가득 채웠다. 조사 일정 등을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았던 금감원은 처음으로 정문 복도에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했다고 한다.





‘은둔형 경영자’로 분류되는 김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사태’로 국정감사장에 불려가 고개를 숙인지 1년 만에 다시 공식 석상에 나섰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예고된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허술한 내부 통제·리스크 관리가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카카오 공동체 내부에서조차 몸집 줄이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계열사는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44개다. 2년 전인 2021년 2월 보다 오히려 39개 늘었다. 카카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본체 성장성의 한계를 사업 확장으로 돌파하려고 한 결과 골목상권 침해와 불공정 행위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이슈에 쉽게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계열사 사업에 대한 결정 권한은 없지만 전략 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카카오 CA협의체가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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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3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정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아울러 시가총액 19위라는 기업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허술한 내부 통제도 카카오의 취약점이다. 카카오 경영진의 반복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본체 자체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주식 먹튀’ 논란으로 사퇴했지만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등판했던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마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대규모 차익을 챙겼다. 주주들은 물론 내부 직원들까지 분노하는 이유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합병을 방해하기 위해 주가 조작을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구속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복현 금감원’의 칼날이 창업자에까지 닿았으니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카카오가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에 걸맞는 사업 방식과 조직 문화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무리한 사업 확장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본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진출을 강화해 ‘내수 기업’의 한계를 돌파할 필요가 있다. 계열사 중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픽코마가 해외 모빌리티·콘텐츠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국민의 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덕분에 ‘국민 플랫폼’이라는 지위를 얻게 됐다. 카카오가 은행처럼 ‘공공재’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별다른 경쟁자 없이 ‘국민 메신저’ 자리를 유지하며 실생활에 깊숙히 녹아있는 만큼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김 창업자는 “성공은 돈이 아니라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의해 측정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면서 선보인 ‘카카오톡’과 ‘카카오T’는 일상을 크게 바꿔놓았고, 편의성을 크게 높였지만 세상과 카카오의 미래까지는 담보하지 못한다. 카카오가 지금까지의 성과와 한계를 직시하고 혁신 플랫폼 기업이었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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