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 육아법’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오은영(사진) 박사가 육아에 이어 성인의 심리 상담까지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가운데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오 박사를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오 박사의 솔루션 육아를 겨냥해 “전 국민이 '육아는 힘들다'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하고 있다”고 저격했다.
100만부 넘게 팔린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아이에겐 솔루션 육아를 적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를 넣어야 한다”며 이처럼 날을 세웠다.
하 원장은 "기본만 갖추면 육아를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아이에게 규칙과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라며 "이것만 제대로 하면 아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육아가 쉽다는 건 아니지만 힘든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훨씬 더 많은데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육자의 권위가 중요한 잉유는 무엇일까. 그는 "아이를 키우는 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 일원으로 만드는 거다. 가정에서 양육자가 권위가 없으면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 이런 아이는 유치원·학교에 가서도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듣는다. 성인이 된 뒤 사회에 나가서도 부적응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지 말고 ‘5% 부족하게’ 키워라. 지금부터라도 생활의 중심을 아이에서 양육자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부부가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살면 된다. 요즘 보면 아이들과 놀아주느라 부부간의 대화는 거의 없는데 그게 바로 아이 중심으로 사는 거다. 퇴근한 후에 아이들과 함께 저녁 먹으면서 남편과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재밌게 본 드라마 얘기를 나눠라”라며 “부부간의 대화는 권위를 세우는 데도 역할을 하지만 아이의 언어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친구네 가족이나 친척을 집에 초대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게 아이의 언어와 사회성 발달에 가장 좋다”고 권했다.
그는 양육자의 권위를 바로 세우면 훈육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규칙과 한계로 정해주고 가정의 틀 안에서 익히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단, 두 돌 전에 습관으로 체득하게 해야 그에 맞게 뇌가 발달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때 훈육의 기본을 끝내지 않으면 바른 습관을 들이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매체를 통해 전했다.
한편 지난 7월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가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질타한 데 대해 오 박사 역시 반박한 바 있다. 오 박사는 "금쪽이는 인간 개조 프로그램이 아니다. 육아의 길을 잃은 부모가 문제를 공개하고 문제의 원인과 이유에 대해 같이 의논하고 앞으로의 육아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노력이라는 과정을 통해 아이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변하는 게 있다면 그건 환상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항변했다.
오 박사를 향한 공박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지난 5일 '결혼·출산에 대한 인식변화와 미디어의 역할'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소위 '금쪽이 류 프로그램'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켜 저출산 극복에 장애가 된다고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은 미디어의 부정적 메시지는 줄이고 긍정적 메시지를 자주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