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연 20~30조 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가 되려면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려면 언젠가 신약개발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2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제약산업전시회(CPHI)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약품을 밸류체인에서 생산하고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하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 이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국내 제약·바이오의 위상이 크게 올랐지만 제약·바이오의 꽃인 블록버스터 신약이 존재하지 않아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어도 후보물질 중 5%도 성공하기 힘든 신약개발이라 도전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존림 사장은 “신약개발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기업이 아니면 힘들다”며 “신약개발은 아니지만 위탁개발(CDO)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와 분야에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CDO 사업과 관련해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벤처 캐피탈 쿠르마파트너스와 협약을 맺고 맞춤형 위탁개발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어느 경쟁사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실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3분기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분기 매출을 올리며 연매출 4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달성도 예상된다.
올해 4공장의 전면 가동에 이어 내년 4월 5공장을 조기 가동하며 고객사의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해 성장 모멘텀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존림 사장은 “최근 주요 CDMO 기업들의 성장률이 꺾이며 실적 발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0% 이상을 유지하며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시장에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데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 지난해 공시된 계약 11건 중 증액 계약은 총 7건으로 8805억 원 규모다. 올해도 9월까지 공시된 계약 13건 중 8건(9862억 원)이 증액 계약이다. 존림 사장은 “경쟁사보다 2배 가까이 빠른 공장 건설, 효율적인 의사결정 문화, 이직률 3%대의 탄탄한 인재 확보를 바탕으로 고객사들의 수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항체약물접합체(ADC)다. 송도에 기존 공장과는 별도로 ADC 전용 생산시설을 짓고 내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물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꾸린 삼성 라이프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차세대 ADC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에임드바이오와 스위스 소재 기업 아라리스 바이오텍 등에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존림 사장은 “기존 고객사인 14곳의 빅파마를 포함해 ADC 수주를 진행 중”이라며 “에임드바이오와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함께하며 공동연구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