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중동 순방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경북 안동을 찾았다. 전날 현직 대통령로는 처음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데 이어 연이틀 ‘대구·경북(TK)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핵심 지지층을 다지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경북을 찾은 것은 7월 집중호우 피해 점검차 경북 예천군을 방문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날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는 대규모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안동 병산서원을 찾아 지역 유림과 간담회를 하기도 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을 모시는 서원으로 2019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윤 대통령은 “전통을 존중하고 책임을 다하는 것이 유림의 정신”이라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직후 ‘당선인 지역 방문’ 당시 첫 행선지로도 안동을 선택한 바 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행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전후로 약세를 보이는 영남 지역 지지율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연 확장에 나서기 전 집토끼 다지기에 나섰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구간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의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율은 보궐선거 전후로 58%에서 45%로 13%포인트 급락했다. 윤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49%까지 회복했지만 여전히 50%를 넘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날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묘소를 함께 참배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현직 보수 대통령이 손을 맞잡아 영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겠다는 평가에서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평가하며 “박 전 대통령의 정신이 국민을 단합시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박 전 대통령의 경제위기 돌파 전략 스터디에도 최근 열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 기간 경제 복합 위기 극복 의지를 다잡기 위해 박 전 대통령 시대의 ‘수출진흥회의’ 자료도 살펴봤다. 국가 주도 수출전략을 통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했던 경험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라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수출전략회의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은 16년 동안 180회의 수출전략회의를 했다. 한 달에 한 번꼴”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대통령실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다음 달 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방문한다고 밝혔다.